봄의 애가(哀歌)
봄의 애가(哀歌)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4.05.2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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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봄은 환희였다.

긴 겨울을 견디고 땅을 뚫고 나온 작은 싹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이 신비스러웠고, 새순을 달고 풍성한 잎을 키운 나무들이 숲을 이루는 모습에서 건조했던 마음에 생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환한 진달래꽃을 보며 웃음을 찾았고, 코끝을 스치는 라일락의 향기에서 잃어버린 추억을 되살리며 담장을 기어오르는 빨간 장미에서 삶의 의욕을 되찾았다.

봄은 그렇게 다시 살아가려는 생의 의지를 북돋우는 삶의 새로운 선물이었다. 그러나 올해의 봄은 우울한 시작이었다. 건강하던 가족의 우환으로 병원에서 봄을 맞았고, 중국에서 몰고 온 미세먼지가 우리를 괴롭혔으며 ‘세월호’ 참사의 거대한 불행이 온 국민에게 슬픔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나는 봄이 가기 전에 다시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봄이 올 때마다 그토록 싱그럽고 푸르게 보였던 우암산 자락의 숲이 우울한 모습으로 덮여 있고 하늘도 회색빛이다. 가장 위안이 되는 병실의 텔레비전에서는 온종일 ‘세월호’ 참사의 슬픈 소식을 전하고 있어 아픈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인간의 이기심과 과도한 욕심으로 빚어진 이번 사건은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실타래처럼 엉켜져 쉽게 풀어지지 않고 온 국민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인면수심의 책임자들이 늘어나고, 많은 비리가 연루되었으며 도덕과 법을 무시한 어처구니없는 행태들이 온 국민을 분노케 한다.

20여 년 전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던 오대양 사건이 이번 사건과 함께 다시 떠올라 기억 속에 잠재웠던 동료직원의 의문의 죽음이 다시 생각나서 우울함을 더한다.

온 국민의 비통함 속에 각종 행사가 무산되고 소비까지 위축되어 경제활동까지 심각하단다. 유언비어들이 나돌고 여기저기 사고가 줄을 이어 설상가상 안타깝기만 하다. 정부가 나서고 민간 잠수부들이 희생을 무릅쓰고 구조에 힘쓰고 있으나 아직도 여러 명의 실종자는 생사를 모르고 있어 가족들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하루빨리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 대지엔 푸름이 일렁이고 붉은 장미가 교태를 부리지만 우리들의 마음엔 5월의 슬픈 노래로 가득하다.

봄이 다 가기 전에 어서 이 슬픈 노래가 끝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세월호’ 실종자들의 가족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하루빨리 슬픔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가슴에 안았으니 그 슬픔을 세월이 간들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조금은 지워지지 않을까?

스승의 날, 자신을 던져 제자를 구하다 목숨을 바친 선생님의 묘소를 찾아 눈물 흘리며 그리워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눈시울을 적셨다. 교단에 섰던 한 사람으로서 제자를 위해 젊음을 불사른 그분의 제자 사랑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퇴색되어가는 스승과 제자의 신뢰가 더욱 두터워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고에 관련된 특검이 이루어진다 하니 그 전모가 명명백백 밝혀져 가족들의 슬픔을 덜어주고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정부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집회가 열리고 책임자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등 나라에 걱정이 짙어지고 한숨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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