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박물관(2)
지붕 없는 박물관(2)
  • 김영미 <청원군 문화관광 해설사·수필가>
  • 승인 2014.05.1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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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김영미 <청원군 문화관광 해설사·수필가>

양반집 옆에는 여막이 있다. 부모님이 돌아 가셨을 때 부모님 무덤 옆에 바람과 눈과 비만 피할 수 있게 초막으로 지어놓고 3년 동안 시묘살이를 했던 곳이다. 시묘살이 하는 모습은 상주를 대신해 마네킹이 재현하고 있다.

지금은 사람이 돌아가시면 바로 영정 사진을 모셔놓는다. 그렇지만 예전에는 상주가 들고 있는 지팡이를 보고 어머니가 돌아가셨는지, 혹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지를 구분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대나무를,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오동나무나 버드나무 지팡이를 들고 상주노릇을 했다.

대청호수를 굽어보며 서있는 문산관은 조선시대 문의현의 객사였다. 지방 관리들이 임금의 궐패를 모시고 한 달에 2번씩 (초하루와 보름)궁궐 쪽을 향해 4번 절을 올리고, 중앙에서 관리가 내려오면 숙소로 머물던 곳이다.

지금의 영빈관 같은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나 할까. 처음엔 문의 향교 쪽으로 옮겼는데 일제 강점기에 문의 초등학교 건물로 잠깐 쓰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대청댐 건설로 인해 다시 양성산 기슭으로 옮겨 이전 복원해 놓은 조선 현종 7년에 지었다는 문산관은 충북 지방유형문화재 49호이다.

이 밖에도 문화유물 전시관엔 청원군에서 출토된 유물과 삼국시대의 기와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기와가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밀천군 박숭원의 2등 공신 녹권과 영조대왕 태실 가봉의궤가 전시되어 있다.

유물 전시관 앞에는 그 옛날 동네와 동네를 연결해 주었던 돌다리, 문산 석교가 있다. 고려시대의 다리로 추정을 하고 있지만 정확한 연도나 기록이 없다.

다만 교각 밑에 새 을(乙)자 모양이 새겨져 있어 을 자가 들어가는 어느 해에 세워진 다리가 아닌가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 충북에는 4개의 돌다리가 남아 있다. 지금은 땅 속에 묻혀있어 보기가 힘들지만 청주의 남석교, 진천의 농다리, 그리고 옥천의 청석교가 있다.

문화재단지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가 바로 대청호 미술관이다. 군립미술관인 대청호 미술관은 년 중 전시 작품이 끊이지 않고 전시가 되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옹기전시관에서는 옹기 체험을 할 수 있어 누구나 예약만 하면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곳이다.

해설을 통해서 문화재의 의미나 설명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결같이 우리의 문화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가끔 홀로 와서 대청호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이들도 있다.

이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이라는 것을 안다. 그들이 물 속에 고향을 묻은 실향민일 수도 또는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더 가치가 빛난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문의문화재단지는 제자리에 있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각종 문화 유물 유적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조선시대에 멈춰버린 정지된 사진 같은 박물관이 아닐까.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에게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추억의 장소로, 또 자라나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는 역사 교육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 가치가 높은 곳. 이곳엔 오늘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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