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어머니가 없는 집은 쓸쓸합니다. 마음 공간과 무게의 차이겠지만 부모님의 부재는 유년이 아니어도 쓸쓸합니다. 흔히 들으셨죠. 부모님 돌아가시면 잘 해드리고 싶어도 못하니 계실 때 잘하라고. 누누이 듣고도, 뻔히 알면서도, 늘 그 자리에 계실 거라는 착각에 무심해 집니다. 늦기 전에 마르고 주름진 그 손 꼭 잡고 지금 말씀하세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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