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눈물
  • 정명숙 <수필가>
  • 승인 2014.05.0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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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명숙 <수필가>

이순을 훌쩍 넘겼다고 하지만 소녀 같다. 커다란 눈은 깊고 고요하다. 삶의 여정에서 상처가 유난했었는지 짙은 고독감이 온 몸을 감싸고 있는 듯하다.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그녀의 눈가는 물기에 젖어 든다. 사연이 많은 것 같다. 외출할 때마다 혼자 집에 둘 수 없어 데리고 다니는 청년이 아들이라는 말에 어미로서 눈물마를 사이 없는 지난(至難)한 삶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결혼적령기가 넘은 그녀의 아들은 말없이 가만히 있으면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가 예사롭지 않다. 누구라도 눈길을 주게 된다. 허나 그 것도 잠시다. 산만해지기 시작해 엉뚱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그녀의 눈길은 아들에게 고정되어 있다.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기 시작하는 아들의 말을 들어주며 달래는 그녀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다. 온전하지 못한 자식이 있으면 누구라도 그러할 것이다. 좋은 일도, 맛난 음식도 소용없다는 걸 안다.

나는 그녀 아들의 병명을 물어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알려하지 않는다. 같은 어미로서 그녀가 눈물 흘릴 때 같이 눈물을 흘릴 뿐이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보다도 견디기 힘든 건 남편이 아들의 장애를 아내 탓으로 돌리고 외면하는 거란다. 한데 그보다 더 아픈 건 자식이란다. 그토록 마음 절이게 하는 자식이지만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어 그녀가 살아야할 이유고 희망이라고 했다.

내게도 자식으로 인해 울던 때가 있었다. 작은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소아당뇨병이 생긴 것을 알았다. 진단을 받고 병원 문을 나서면서 아이와 나는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힌 것 같았다. 내가 그동안 겪었던 어떠한 고통과 상처를 초월하는 아픔이었다. 아이는 두 달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젠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정상이다. 허나 나는 혼자 있으면 안타까워 눈물이 난다. 늘 조마조마하다.

아이의 일이 아니라도 나는 잘 운다. 오해하는 사람도 많다. 관습에 얽매어 집밖을 모르던 어느 날 문득 잃어버린 자아를 찾겠다며 늦은 공부를 시작할 때였다. 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웃지도 않고 말 수도 적으며 항상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조그만 일에도 눈물부터 쏟아내던 버릇을 끝내 버리지 못한 탓도 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눈물을 흘린다. 내 생애를 통해서 올 봄처럼 많은 한숨과 눈물을 흘린 적도 드물 것이다. 예고 없는 이별 앞에서 흘리는 눈물은 하염없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상실의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괜찮아 질 거라는 섣부른 위로는 차마 하지 못한다. 떠난 이의 그림자를 좇는 허한 그리움은 먼 하늘의 꽃구름같이 눈물 속에 아슴아슴할 터이다. 오월의 바람이 연신 보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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