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S에서 PTG로
PTSS에서 PTG로
  •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
  • 승인 2014.04.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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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리>

오래 흔들렸으므로

- 구광본

오래 흔들렸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너무 오래 서러웠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알의 시적을 기억하지 못하는 새

얼키고 설킨 뿌리를 몰라도

오래 목말랐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시인 엘리엇은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라고 하고 있지만 2014년 4월, 이렇게까지 잔인해야 하는가? 2주일째 계속되고 있는 세월호 참사는 사고의 당사자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충북사람들 뿐 아니라 전 국민이 집단 대리적외상증후군(Vicarious Trauma Syndrome)을 겪게 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제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외상), PTSD, PTSS 등등의 정신의학적 전문용어가 낯설지 않게 됐다.

사실 기억은 마치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필름에 옮기듯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마음 상태와 주위의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하지만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적인 경험은 쉽게 기억창고에 들어가지 않고 한동안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쳐 기억 속에 자리 잡기도 하고 오랜 시간 심리적으로 통합되지 못할 수 도 있다. 그러하기에 트라우마로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나 대리적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일반인 모두에게 지금의 기억이 더 아픈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배려와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의 대부분이 일상으로 돌아온다. 트라우마 전보다 상태는 나빠졌지만 10명중 8명은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며 2명중 1명은 PTSS(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Post Traumatic Stress Syndrome)로 인한 우울증, 자살시도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그중 1명은 사후성장(PTG, post traumatic growth)을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들은 시련을 겪었음에도 상태가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닉 부이치치를 들 수 있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언어로 쓰이는 트라우마는 큰 자연적 재해나 인재로 인한 대형사고에서 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꼭 가고 싶은 근무처로의 이동이 확실시 되었는데 동료에게 밀려서 못간 경우, 6급 승진을 앞둔 공무원이 동기는 승진을 했는데 자기는 못하는 경우, 교감 승진을 앞둔 교사가 자기 앞 순번에서 지명이 끝난 경우, 장군을 꿈을 키웠던 장교가 정치적 상황으로 전역을 해야 하는 경우, 믿었던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경우, 어렵사리 시작한 치킨 가게를 접어야 하는 경우 등등에서 우리는 일상의 트라우마를 겪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PTSS를 PTG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10명중 1명은 사후성장(PTG)을 한다. 이들은 시련을 겪은 다음에 더 멋진 삶을 살아갔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갔다. 그들은 어쩌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너무 흔들렸기 때문에 이것을 극복할 힘이 생겼을지 모른다.

세월호 사건의 당사자 뿐 아니라 우리네 일상생활에도 힘겹게 아픔을 겪고 살아가는 모두에게 구광본의 시 한편이 위로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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