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서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서
  •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4.04.2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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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1950년대 미국의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 살고 있던 로사 팍스라는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어느날 너무 피곤해 버스를 타 자리에 앉았다. 버스 안은 흑인과 백인의 자리가 구분이 되어 있었다. 너무 피곤해 버스에 앉았는데 주변 사람들은 백인을 위해 그녀에게 일어나라고 했다. 로사 팍스는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이 달려왔고 체포되었다.

이 작은 사건이 미국 전역에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고 로사의 태도에 감명을 받은 사람들이 버스 타기를 거부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도 이 이야기를 듣고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을 이끌었다. 일년 동안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의 결과 버스에서의 흑백 인종 차별 운동은 폐지되었다. 이 사건은 몇 십년 뒤에 두 작가에 의해 책으로 나오게 된다.

그 책이 ‘사라, 버스를 타다’ (월리엄 밀러 글·존 워드 그림·사계절) 이다. 표지에 버스를 등지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흑인 소녀가 자랑스러운 듯이 웃고 있는 책이다. 초등 5학년 교과서에도 나오는 작품이니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사라, 그러니까 로사는 너무도 큰일을, 사소한 행동부터 시작했다. 그냥 버스 뒤편의 의자에서 일어나 앞 자리에 앉아서 간 것 뿐이었다. 로사의 생각은 잘 알 수 없지만 아마 로사도 처음부터 미국의 흑인 인종 차별을 없애기 위해 행동한 것은 아닐 것 같다. 작은 일이지만 이건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옳다고 생각한 대로 했을 뿐이고 그게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큰일을 이룬 것이다.

사소하고 정말 일상적인 행동 하나를 바꾸는 일이 어쩌면 큰일을 이루는 작은 발걸음인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도 이런 작은 행동 하나가 차별과 편견으로 이루어진 행동인지 진지하게 반성해 봐야 할 것 같다.

1950년. 불과 70년 전의 일이다. 지금 생각하기에는 너무 터무니없고 어이없는 차별과 편견이 70년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으며 어찌 보면 당연한 사회의 한 규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것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화창한 주말 오후, 서울 강남의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애인 200여명이 고속버스 표를 끊고 장애인의 이동권에 항의하는 집회가 있었다. 그 집회가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집회였다는 이유로 최루액을 뿌리며 진압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물론 사전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를 지니고,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 정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장애인도 우리 나라 국민이다. 오히려, 구분되어 배려받아야 할 사회의 약자이다. 적어도 장애인들에게 최루액을 뿌리면서 진압하는 것은 정말 어느 나라의 소식인가 싶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차가운 바다 아래 가라앉은 배 이야기나, 장애인에게 최루액을 뿌리며 진압했다는 이런 뉴스가 정말 꿈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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