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7)-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7)-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
  • 승인 2014.04.2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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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

‘직지’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 일곱번째 이야기는 ‘직지’ 하권 5장에 나오는 계침 선사(桂琛禪師)의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계침 선사가 법안을 배웅하며 말했다. “상좌여, 그대가 한결같은 도를 찾지만 삼계(三界)가 다 마음 안에 있지 않은가?” 법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계침 선사가 뜰 아래의 돌을 가리키며 “이 돌이 마음 안에 있는가, 마음 밖에 있는가?”하고 물으니 법안은 “마음 안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계침이 웃으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깨달음을 얻고자 행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무슨 까닭으로 마음속에 돌덩이를 가지고 다니는가?”하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법안은 더 이상의 행각을 포기하고 계침 선사의 문하에서 수행을 하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마음 안과 마음 밖의 경계가 없는 지경, 이런 경지에선 미혹되거나 불편부당함마저 한갓 사치에 불과할 것만 같다.

태어날 때부터 장차 성인군자가 될 수 있는 위대한 인품적 자질을 갖고 태어난 이들도 없지가 않지만 사실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사람은 스승을 잘 만나야 도를 깨닫기도 쉬운 법이다. 그렇지만 스승이나 제자 어느 한 쪽이 우월해서는 별 소용이 없는 경우도 많다.

위의 계침 선사와 법안의 경우는 한마디로 말해서 그 스승에 그 제자다. 깨달음을 주려는 이도 깨달음을 받아들이려는 이도 모두가 다 열려 있는 마음의 자세를 지녔다. 마음이 닫혀 있고 돌처럼 굳어져 있으면 놀라움도 감동도 깨달음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의 우리 주변, 혹은 우리 주변 사람들은 어떤가?

봄비가 내리고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도 아무런 느낌은커녕 조그만 감흥마저 끝내 외면하고야 마는 사람들이 있다. 더군다나 참됨에 관한 지혜의 혜안에 대해선 또 어떤가?

혹자들은 자기 혹은 자기네들 주장들을 하기에도 하루가 한달처럼 벅찰 수 있다.

그러나 닫힌 마음의 눈을 열어야 보다 넓고 다양한 세상이 보이는 법이라고들 하지 않던가? 보다 넓고 깊고 멀리 보이면 많은 것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놀라울 것이다. 물론 행복을 위한 선택의 폭 역시 넓고 다양해질 수가 있겠다.

인생에는 이 봄에서 몇 차례 느껴지기도 했던 이상고온 현상처럼 자신과는 무관하게 생겨나는 돌발적인 상황들이 언제든 있을 수가 있다. 상황이 이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오히려 뒷짐지고 여유를 부려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이번 봄에는 사회적 시간표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조금 더 자유롭게 가져보자.

봄 뜰을 거닐며 고려 말 나옹 선사의 선시 하나쯤 읊어봄도 좋을 듯하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성냄도 벗어 놓고 탐욕도 벗어 놓고

산 같이 물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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