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
대통령의 글쓰기
  •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4.04.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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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책을 읽는 것과 글을 잘 쓰는 것은 다른 능력이다. 독서가 훌륭한 글쓰기의 밑거름이라 하지만,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나는 책 읽는 것을 한글을 깨치고 난 후부터 좋아했다. 나에게 그림책으로 시작한 책 읽기는 30년 넘게 불변의 생활 습관이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어렵다. 첫 문장을 썼다 지웠다를 계속하고, 깜박이는 커서를 노려보기도 한다. 마감시간까지 버티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대신 해줄 수 없음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려보기도 한다. 번뜩이는 영감이 나에게 찾아와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내심 바라기도 한다.

백색공포증은 그림 그리려 할 때처럼 글을 쓰려 할 때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독서가 풍부한 어휘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모든 작가들은 글을 쓰기 전에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다독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독서와 글쓰기는 별개의 능력이라고 혼자 중얼거리곤 한다. 매번 글쓰기가 어려운 수학문제 같으니 말이다.

도서 ‘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 저·메디치미디어)는 글쓰기 대한 간단한 해답을 알려준다.

대통령 연설문을 8년 동안 작성한 저자는 글을 쓰는 방법과 원칙을 연설문에 빗대어 말한다. 글쓰기엔 영 소질이 없었던 저자가 스피치 라이터가 되기까지의 에피소드와 연설과 글쓰기에 탁월한 능력을 지녔던 두 대통령과의 일화도 함께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이 담겨 있다. 그것은 독서와 사색이었다.

우선 글쓰기는 사색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어떤 주제의 글이나 형태의 글이라도 사색의 시간만큼 글의 내용도 달라진다. 글의 방향에 대한 고민, 단어 선택에 대한 생각의 시간이 많아 질수록 글은 좋아진다.

물론 글의 주제에 따라 관련 분야 책을 읽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책을 읽고 소화시키고 영양분을 흡수시킬 사색의 시간을 가진 다음 글쓰기를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저자는 대통령의 말을 통해서 설득력 있는 글쓰기 원칙을 소개한다. 접속사를 가급적 피할 것, 생활 언어를 활용할 것, 짧게 쓸 것, 지나친 반복은 피할 것, 수식어 사용을 지양할 것 등과 같이 글쓰기를 할 때 지켜야 할 기본 사항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간과하고 있지만, 꼭 지켜져야 할 글쓰기의 기본 원칙이다. 이것은 모든 종류의 글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게 질투가 난다. 어쩜 저리 적당한 단어를 잘 고르고 지루하지 않게 맞는 말만 쓰는지 그 능력에 샘이 난다. 이리 써보고 저리 써보아도 늘 부족해 보이는 글쓰기가 맘에 들지 않아 뾰로통해진다. 그렇지만, 사색의 시간이 더 필요했나 보다 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글쓰기가 뭐 그리 어렵겠냐고 책에 나온 원칙대로 글의 구조를 그리고 쓰면 되지 않을까 쉽게 생각해본다. 글쓰기와 더 친해지고 싶게 만드는 책을 발견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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