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을 당하지 않는다
배신을 당하지 않는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4.04.1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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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반영억 주임신부 <음성 감곡매괴성모성당>

배신은 한솥밥을 먹는 사람이 한다. 멀리 있는 사람은 서로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등질 일이 없다.

그러나 가까이 있는 사람은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고 그것이 채워지지 않았을 때 마음이 상하게 되며 차라리 몰랐던 사람만도 못하게 될 때가 있다.

잘 안다는 것이 오히려 별것도 아닌 것에 서운함을 갖게 한다. 사람의 마음은 강한 것 같지만 연약하기 그지없다.

어떤이는 말한다. “내가 너를 믿은 것이 잘못이지…” 그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믿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결코 믿음의 대상이 아니다. 자기에게 어떤 위협이나 불리한 일이 생기면 자기도 모르게 거짓을 말하는 연약함을 지녔다. 그러니 사람을 믿지 마라. 사람은 사랑의 대상이다. 연약한 인간을 절대적인 신처럼 믿어놓고 후회하지 말고 오히려 배신을 인정할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하겠다. 지혜로운 사람은 배신을 하지도 않고 배신을 당하지도 않는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관련 수사발표를 접하는 많은 사람들은 꼬리자르기라고 말한다. 검찰이나 국정원은 자신의 속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

왜 증거조작을 하려고 했을까? 그것을 생각한다면 드러내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오히려 어리석게 보인다.

온 세상에 우리나라 국정원과 검찰의 수준을 알려주었다고 위안을 삼아야할까? 신뢰와 원칙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비정상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

국정원사태에 관해 대통령은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장은 “일부 직원이 증거 위조로 기소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원장으로서 참담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법무장관도 “검찰 구성원이 공판 유지 과정에서 증거능력 및 증명력에 철저를 기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잘못된 증거를 제출하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에게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번 일이 터지고 나면 감추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이런 마지못한 사과는 진정성이 있는지 듣는 사람의 무거운 몫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세상의 어둠을 탓하기만 한다면 누가 촛불을 밝히겠는가? 깨어있는 사람이라면 기대가 무너졌다고 결코 배신감은 갖지 말아야 한다. 미움이 커진다면 미래의 희망은 그만큼 무너지기 때문이다.

성경을 보면, 예수께서는 당신을 배반할 유다에게 “네가 하려는 일을 어서 하여라” 하고 제자의 배신을 용납하셨다.

배신을 당하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그의 자유의지를 존중해 주셨다.

돌같이 굳어진 마음을 살같이 부드러운 마음으로 바꿔주고, 악의 고리를 끊어주기 위해서 그리하셨다.

세상에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는 악을 넘어서는 더 큰 사랑과 희생이 요구된다. 정의는 사랑을 포용하지 못하지만 사랑은 정의를 포용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예수님의 십자가죽음은 부활로써 승리를 드러내게 되었다.

세상의 어둠이 짙어질수록 어둠을 밝히는 소명이 커진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실하라.

진실하라고 말하면서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은 제외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며 부활의 새 삶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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