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테라피(logotheraphy)
로고테라피(logotheraphy)
  •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
  • 승인 2014.04.1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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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리>

유대인 심리학자이자 정신과의사인 빅터 플랭클(1905-1997)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의 생존율에도 미치지 못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았으며 ‘죽음의 수용소-인간의 의미 탐구-’라는 명저를 남겼다.

일단 수용소에 끌려오면 건강한 사람은 강제노역을 시키고 허약한 사람은 가스실로 보낸다. 수감자들의 신체 상태는 매일 체크돼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다. 그러나 허약했던 프랭클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그는 증언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체격이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체력이 바닥나 약골이 됐다. 최후의 생존자들은 살아남아야 할 이유, 생존의 목적, 삶의 의미를 뚜렷하게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수용소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감자들은 음식을 더 얻고 좋은 옷가지를 구하고 징벌을 피하는 것 같은 일에 집중했다. 프랭클은 어느 날 자기가 어려움을 견디고 버틸 수 있는 것은 매일의 자질구레한 일들 때문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자기의 목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삶을 받쳐주는 힘이 되는 것을 발견한다. 춥고 어두운 밤이지만 유리조각을 주어 수염을 깎고, 어떻게든 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려 노력했다. 모두 힘겨워하는 잠자리에서 그는 한 발짝 더 움직여 수감자들에게 의미 있는 뭔가를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그곳에서 살아남았으며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명한 로고테라피(logotherapy)라는 이론을 펼치게 된다.

로고테라피는 그리스어로 로고스(logos·의미)와 테라페이아(therapeia·치료)를 합친 말이다. 로고테라피란 사람들이 삶에서 의미를 찾아내도록 도움을 주어 고통을 치료하는 것이다.

프랭클의 학설을 비인의 제3학파라고 부른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을 발전적으로 계승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파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쾌락을 지향하는 의지’라고 보고 그것은 단순한 애욕적인 것이라기보다 살려고 하는 욕망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프로이트를 계승한 아들러는, 심층심리학의 창시자로서 인간의 의식적, 무의식적인 정신명의 기본적 경향을 ‘권력을 지향하는 의지’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권력은 다른 사람을 정복하려고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타인으로부터 무시되지 않는 것, 인정받는 것, 즉 우위에 대한 의욕인 것이다. 그러나 프랭클은 인간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정신자세는 ‘의미를 지향하는 의지’라고 주장한다.

프랭클은 니체를 인용해 이 견해를 피력했다. “왜 살아야 하나 하는 인생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나갈 수가 있다” 강제수용소에서는 모든 환경이 수용자들로 하여금 그의 생에 대한 욕구를 상실하도록 만든다. 인생의 모든 바람직한 목표는 박탈된다. 유일하게 남는 것은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는 능력이다. 수감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최소한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고통을 값있게 받는다는 태도를 선택함으로써 그 곳에서 살아남았다. 인간의 실존에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이 아니라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프랭클은 고통과 죽음을 포함해 모든 상황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고통이다. 그러나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곧 살아 있는 것이다.’라고 프랭클은 기록하고 있다.

고난 자체가 견디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 까닭을 모른 채 견뎌야 한다는 사실이 힘겨울 따름이다. 어떠한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삶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를 잃지 않으려 했기에 그는 살아남았고 오늘 필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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