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범 춤 그 후
송범 춤 그 후
  • 김기원 <편집위원·문화비평가>
  • 승인 2014.04.1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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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김기원 <편집위원·문화비평가>

지난 4월 9일 저녁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엔 아름다운 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오랜만에 다양한 장르의 무용예술을 만끽하며 즐거워했고, 공연이 끝날 때 마다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그래서 출연자도 관객도 모두 행복한 작지만 의미 있는 해후였다.

그 공연은 송범춤사업회(회장 류명옥)가 야심차게 기획하고 연출한 ‘송범 춤 그 후’라는 제목의 무용공연이었다.

본명이 송철교인 송범 선생은 청주시 영운동 출신으로 1973년 부터 1992년 까지 무려 20년 동안 초대 국립무용단장으로 활동한, 우리의 전통 춤을 무대예술로 격상시킨 선구자였고, 창작무용인 ‘도미부인’을 탄생시켜 전 세계에 한국무용을 알린 위대한 무용가였다. 그로 인해 청주가 현대 한국무용의 발상지로, 무용예술의 메카로 우뚝 설 자산을 같게 되었다. 청주시와 청주시민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긴 하지만 말이다.

송범춤사업회가 바로 그런 소명을 안고 2011년 조직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무용계에선 송범 선생의 가치와 위대성을 알고 있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송범을 잘 모르고 있는 터라 송범춤사업회는 2011년과 2012년에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해 송범 선생을 알리고 재조명하는데 주력했고, 2013년에 ‘송범 바람에 입맞춤’이란 연제로 추모공연을 한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인 셈이다.

‘송범 춤 그 후’라는 연제를 단 이번 공연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송범 선생을 추모하고 그의 무용정신을 이어 받자는데 있다. 그래서 시작 전 송범이 생전에 춤추던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틀었고, 그의 모습을 처음 본 관객들에게 외경심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둘째는 충북 무용계의 미래를 이끌 꿈나무들에 무용공연의 기회를 주고, 그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충북예고의 박서한 고흥식 이가연이 그들이다. 셋째는 전국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충북출신 무용수들을 초청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였다. 박서연 김태건 박종현 이지희 류석훈이 바로 그들이다. ‘송범 춤 그 후’라는 연제가 시사하듯 그들을 통해 현대무용의 진화 모습을 반추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청주시에서 지원받은 1천만원의 적은 예산으로 저런 훌륭한 무용수를 초청해 공연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는 충북 무용계의 서글픈 현실이기도 하다. 지역예술계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무용계의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크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초중고 학교에서 무용교육을 말살하고 있고, 대학들도 학과 개설은커녕 있던 과도 폐과하는 형국이다. 그러니 학부모들도 자녀들에게 무용을 가르치려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던 무용학원들도 간판을 내리고 있다. 시와 노래와 춤은 인간의 원초적 예술행위이며 모든 예술의 본령이다. 이를 토대로 연극도 뮤지컬도 영화도 발전하는데 기본의 부실은 예술계의 재앙을 부른다. 무용을 살려야 한다. 무용계 힘만으로는 타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나서서 도와야 한다.

청주시는 현대무용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위대한 무용가인 송범 선생을 배출한 자랑스러운 도시다. 타 시·도는 이런 문화자산이 없어서 안달이니, 청주시와 충북도는 지혜와 역량을 모아 송범 선생을 캐릭터로 하는 문화사업을 적극 개발하고 추진해야 한다.

‘송범 춤 그 후’가 우리에게 축복과 영광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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