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속으로 (2)
풍경 속으로 (2)
  • 김영미 <청원군 문화관광 해설사·수필가>
  • 승인 2014.04.0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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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김영미 <청원군 문화관광 해설사·수필가>

본관을 나와 야외 공연장을 지나 마사토로 된 초가정 가는 길로 들어서 보자. 왼쪽으로는 푸른색 잔디가 융단처럼 깔린 미니 골프장.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새의 깃털이 떨어지는 것 같은 모양을 한 낙우송 길을 걷다보면 어디선가 새들이 푸르릉 소리를 내며 날아오를 것만 같다.

푹신하게 발에 와 닿는 흙길의 감촉.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에 이미 익숙해진 그 감촉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초가정으로 가는 오솔길 양 옆은 벌개미취와 비비추, 원추리, 어성초 등 수 십 가지의 야생화 천국이다. 호수를 끼고 얼마만큼 걷다보면 그늘 집이 나온다. 그 앞으로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낙우송으로 이루어진 산책로를 지나면 대통령 광장으로 들어선다. 벽면에 각국의 대통령궁 사진과 함께 역대 대통령들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야생화 하나하나의 이름을 읊조리며 굽이 진 길을 돌아서니 초가정이 나타난다.

초가정은 김대중 대통령 생가인 하의도에서 가져온 농기구와 문의 지역에서 수집된 전통 생활도구 70여점을 전시해 놓았다. 이곳은 시야가 탁 트여있어 삼면으로 보이는 호수는 청남대의 경치를 감상하기엔 아주 빼어난 곳이다. 여기에 세워진 솟대 또한 특별할 것만 같은, 소원을 빌면 왠지 이루어 질 것 같은 믿음이 가는 것은 나만의 사심일까.

청남대 산책길들이 모두 특색이 있고 아름답지만 이곳을 빼먹고 가면 서운한 곳, 오각정이다.

오각정은 무궁화의 모양을 본 떠 오각형으로 지어졌다. 가는 길은 비교적 조붓하고 아늑해서 좋은 사람과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이곳을 올라가는 길이라든가 지어 놓은 정자의 모습은 마치 동해안의 낙산사 의상대를 연상케 한다. 그 곳이 커다란 파도의 용솟음을 생각나게 한다면 오각정은 물결의 큰 일렁임 없이 잔잔한 호수 그대로 평화를 꿈꾸게 한다.

새들이 나뭇잎을 떨구며 날아가도 엄청난 태풍이 재해를 몰고 와도 그저 큰 몸부림 없이 모든 것 감싸 안는 호수 위에 지어진 작은 정자. 일상으로 돌아가도 오각정에서 바라본 풍경은 오래오래 가슴에 남으리라.

또 하나 청남대가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산과 물이 만나는 대청호변의 아름다운 경관과 대통령 전용시설로서의 역사적 배경 때문이리라. “효자동 이발사”를 시작으로 “영웅시대” “제빵왕 김탁구” “제 5공화국” “프레지던트” 등 많은 작품이 역사적 사실감을 더해주고 때묻지 않은 자연을 배경으로 담기 위함이 아닐까.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 있어서 궁금증이 더했던 것일까.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분들은 한결같이 소박하고 꾸밈이 없어 오히려 볼게 너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대통령들이 국정 구상을 고뇌하고 그들의 가족과 나눈 수많은 이야기를 저 나무들은, 집무실의 그 물품들은 기억하고 있으리라.

역대 대통령들이 걸었던 길을 걸으며 그들의 숨결을 느끼고 역사적인 일들을 떠올려볼 수 있는 청남대. 복잡한 일상을 떠나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은 사유의 뜰을 넓힐 수 있고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심어줄 수 있는 배움의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올 봄 아름다운 풍경 속 청남대로 우리 다함께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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