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등장한 미확인물체 UFO를 보러갔습니다
서울에 등장한 미확인물체 UFO를 보러갔습니다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4.04.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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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현실인가 싶었습니다. 강변역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동대문역사박물관역의 1번 출구를 벗어나자마자, 눈앞에 UFO가 나타났으니 말입니다. 우선 내 눈이 다 담을 수 없는 그 광대함에 압도당했습니다. 우측으로 꺾어진 긴 계단언덕에 오전햇살이 커튼처럼 은은하게 들이칩니다. 머리에 빛을 이고 햇살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들의 행렬은 우주영화 속 장면입니다. 그렇습니다. 구 동대문운동장에는 4만5133장의 알루미늄판으로 만든 둥그런 UFO가 막 착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건물의 이마부분까지 빛에 가려진데다 중앙으로부터 이무기처럼 흘러나온 거대한 꼬리 끝이 보이지 않으니, UFO가 착륙하려는 것인지 이륙하려는 것인지 헷갈렸습니다. 더군다나 로마병사처럼 머리를 걷어 올린 남자, 가죽옷 사이로 드러낸 온 몸의 현란한 문신. 워킹연습을 하는 노랑머리 미녀들. 명품운동화에 무릎을 뜯어낸 청바지를 입고 스노보드를 타며 지나가는 컬러안경 속 빛나는 눈빛의 소년. 꽃무늬 옷을 어우동처럼 차려입은 여자, 화장 보단 분장에 가까운 다양한 캐릭터들이 튀고 싶어 안달이 난 듯, 카메라 앞으로 당당합니다. 서울 패션 위크에서 본 차세대 젊은이들의 물결은, 이국적이기 보다는 우주적이란 표현이 어울립니다. 상상속의 우주선이 600년 역사의 서울 한복판에 내려앉았습니다.

기둥하나 없답니다. 직선하나 없답니다. 곡선형의 건물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크다는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지난 3월 21일 DDP(Dream Design Play)를 표방하며 개관했습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비한 공간으로 들어간 나는 맥주광고모형을 끌어안고 즉석사진을 찍었습니다. 허공을 차고 날아 판자를 격파하는 태권 시연 퍼포먼스도 보았습니다. 가족단위로 환호성을 불러낸 비눗방울공연도 보았습니다. 1년 중 두 번만 공개했던 간송미술관의 작품으로 김홍도와 윤선도는 물론, 민족문화를 아꼈던 전형필의 자주독립적인 정신도 만났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많은 인파로 건물이 채워지니, 착륙에 성공한 UFO의 온전하고 당당한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정원이 초과되어 영영 이륙하지 못하다가 꿈의 미래로 오늘을 데려 갈 타임머신입니다.

에펠탑을 생각하지 않고는 파리를 생각할 수 없듯이 동방명주탑을 빼고는 상해를 생각할 수 없듯이 DDP를 빼놓고는 서울을 생각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반대를 하는 입장에선 주변경관에 어울리지 않는 졸작이라 했다지요. 똬리를 튼 은빛 아나콘다 괴물이라 했다지요. 하지만 파리의 랜드마크가 된 에펠탑도 건립초기에는 찬반양론이 대단하여 예술가들이 인명으로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답니다. 상해의 야경을 보려고 허겁지겁 달려가 100위안의 입장료를 내고 돌아서던 동방명주탑을 생각하면, 서울의 UFO는 그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물이 흐르고 역사가 흐르듯 건축물도 흘러왔습니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흘러온 사람은 없지만, 역사와 문화는 사람이 존재했던 흔적으로 흘러왔습니다. 그러기에 액체의 흐름을 형상화한 우주선 모양의 건축물이 기둥 없는 건축물을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인들을 불러들일 것입니다. 패션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도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의 충격이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자기만의 컨셉을 자랑하고픈 미래들의 자유로움과 낭만과 꿈을 보았습니다. 직선보다는 곡선을 추구해 서울의 DDP. 창조문화를 상징하는 한국의 대표 랜드마크의 출현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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