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술의 美學
명사들의 술의 美學
  • 김우영 <작가·한국문인협회>
  • 승인 2014.04.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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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우영 <작가·한국문인협회>

술은 약 1만 년 전인 신석기시대부터 생겼다고 한다. 대체로 창세기부터 창조된 지구 상의 인간이 인류라고 불릴 때부터 술은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인류가 짐승을 잡아먹거나 나무 열매를 따 먹고살던 때부터, 농경 목축이 시작된 무렵부터 이미 술은 있었을 것이다.

그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술은 생활의 기초식품으로 꼭 필요한 음식으로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술은, 생명의 물이라는 천사와 악마의 피라는 저주의 극단적인 양면성을 지니고 우리 삶의 애환과 함께 끈끈하게 유지됐다. 어쨌건 술은 좋든 싫든 우리 주위의 언제 어디서든지 볼 수 있고, 직접이든 간접이든 술의 영향권에서 상당 부분이 일상생활과 중첩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명사는 술을 사랑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예술에 술을 융해시켜 창작의 샘으로 승화시켜 성공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생애를 단축하거나 일을 망친 때도 있다.

철옹성 로마의 황제, 네로는 술에 취해 로마를 불태워 버렸다. 알렉산더도 술에 취해 나신(裸身)의 몸으로 뛰어나가 친구를 죽이고 자신도 죽었다. 또 술을 즐겼던 사람들로 시저, 퍼터, 소크라테스, 세네카도, 터너, 알프레드텔러, 클라이스트, 헨델 등은 술과 중후한 명성 속에서 웃고 울다 간 세계의 명인들이다. 우리나라에도 많다. 양주동, 김삿갓, 오상순, 염상섭, 변영로, 이관구, 정수동, 이봉구, 김관식, 박용래, 한성기 등은 호방한 멋으로 술을 몸 안으로 이끌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술의 명인들이다.

마지막 잎새의 ‘O 헨리’는 미국 캐롤라이나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젊은 시절에 텍사스 은행에 취직했으나 공금횡령으로 중미 온두라스로 도망간다. 몇 년 후 텍사스로 돌아와 5년 감옥형을 사는 동안 감옥에서 글쓰기를 시작한다. 출옥할 때쯤 그는 유명해졌고 원고청탁이 쇄도한다. 그는 평소 좋아하던 술을 폭음하게 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유진·오닐’은 유명한 배우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술을 많이 먹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그가 좋아하는 주법은 큰 잔 가득한 베네딕턴이었다. 폐결핵을 앓고 요양원에 있으면서 작품 쓰기를 시작했고, 그의 첫 연극은 성공적이었다.

640배럴의 술을 마신 ‘존 베리모어’는 온 가족이 연극, 영화배우 등 예술성이 짙은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자신 역시 예술을 추구했다. 연극, 사랑, 마시는 것. 이 세 가지는 모두 성공적이었다.  

화가 ‘장승업’은 조선 초기의 안견, 후기의 ‘김홍도’와 더불어 조선조 화단의 3대 거장의 한 사람으로 장승업을 일컫는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천재적 기질이 있어 그는 대궐에 들어가 병풍을 그리게 되었다. 술을 워낙 좋아하는 그라, 잔만 들면 말 술을 먹어야 했고 몇 달을 계속 취해 있을 때도 있었다. 손에 돈만 들어오면 전부 술집에 맡겨 놓고 매일 마셨으며 술값도 계산하지 않고 주인이 돈이 다 떨어졌다 하면 고개만 끄떡하였다 한다.

위대한 사람은 시간을 창조해 나가고, 범상한 사람은 시간에 실려가고, 그리고 한가한 사람은 시간과 마주 서 본 사람이다. 한 시대의 흘러가는 시간 위에서 술을 어떻게 활용하며 오늘의 시대에 조명이 되는지 명사들의 술의 미학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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