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라면을 먹을 때
내가 라면을 먹을 때
  •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4.03.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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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뉴스를 보면 여러 가지로 답답해질 때가 있다. 유니세프나 세이브 더 칠드런 같은 여러 단체의 홍보 광고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에 왠지 빚진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우리는 의무교육이라는 법에 따라 교육받고, 학교에 있으면 적어도 한 끼는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 하지만, 왜 지구 반대편에서는 열심히 일해야만 겨우 굶지 않고 살아가는 곳이 있는 건지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내가 라면을 먹을 때’(하세가와 요시후미 글·고래 이야기)였다.

이 책은 바람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다. 첫 장면은 라면을 먹고 있는 한 소년의 방 안에서 시작된다. 내가 라면을 먹고 있을 때, 내 옆의 고양이는 하품을 하고 있다. 이웃집 소녀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고, 야구를 하거나 바이올린 연주를 하면서 살고 있다. 반면 이웃 나라의 이웃 나라 친구는 아이를 보고 있거나, 물을 긷고, 빵을 팔고 있다. 쓰러진 친구가 있다. 다시 바람이 불고 불어 처음의 소년의 방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이 책을 처음 어린이들에게 읽어줬을 때, 고학년 어린이는 이웃 나라의 친구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 왜 쓰러져 있는 건지, 왜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등. 자세히 읽기 시작하더니 배경 그림도 보고 해석을 했다. 고학년쯤 되면 편견이나 차별, 전쟁이나 평화,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에 대한 개념이 잡혀가는 시기라 그런가 보다. 이웃 나라에 대해 이야기했고, 다른 책을 읽기 시작한 아이도 있었다. 사회에 대해 알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이웃나라의 이웃나라 이야기를 해 주기에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뒷면의 문용포 선생님의 글에 읽는 사람들을 위한 질문이 있다. “내가 먹고 있는 라면과 초콜릿이 세상 저 건너편 나라의 열 살 남�!� 아이들이 학교도 못 가고 온종일 흘린 땀과 눈물의 결과물이라면?” 등 말이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아이들과 함께 생각했다. 우리는 과연 뭐라고 대답해야 할 것일까.

정말 짧은 동화인데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착한 책이다. 읽고 나서 함께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등의 책을 덧붙여 읽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당장 나 하나가 어떻게 하지 못하더라도 모두 다 함께 알고 좀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앞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이 능력이 조금은 부족하고 늦을 수는 있겠지만,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알고 나눌 줄 아는 아이들이 늘 수 있도록, 조금씩 생각하는 힘을 가진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아이들이 자라면 모든 사람들이 굶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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