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봄
어머니의 봄
  •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 승인 2014.03.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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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봄은 소생의 계절이요, 젊음의 계절이다. 그런 만큼 봄은 젊은이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심지어는 봄을 타는 것조차도 젊은이들의 몫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봄을 노래한 시들 대부분은 젊은이들의 사랑과 외로움에 관한 것들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들을 다루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애틋한 모정(母情)을 읊은 시들은 봄과 잘 어울리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당(唐)의 시인 맹교(孟郊)가 봄과 모정(母情)을 연계시킨 시를 쓴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 나그네의 노래(游子吟)

慈母手中線(자모수중선) ; 인자한 어머니 손안의 실은

游子身上衣(유자신상의) ; 떠도는 신세가 될 자식의 몸에 걸칠 옷이 된다네

臨行密密縫(림항밀밀봉) ; 집 떠날 무렵 촘촘히 꿰매어 주시었는데

意恐遲遲歸(의공지지귀) ; 혹여 더디 돌아올까 속으로 겁이 났기 때문이네

誰言寸草心(수언촌초심) ; 누가 말했나, 한 치 풀의 마음으로써

報得三春輝(보득삼춘휘) ; 석 달 봄의 볕에 보답할 수 있다고

 

※ 엄부자모(嚴父慈母)라 하지 않았던가. 자식에 대한 자애로운 사랑은 뭐니뭐니해도 어머니 몫이다. 곧 집을 떠나 타지를 떠돌게 될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이 어떤지는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바느질을 하고 있을 뿐이다. 어머니의 손안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실타래였다. 이 실타래는 한 올 한 올 어머니의 손을 거쳐 끝내는 집 떠날 아들의 옷이 될 터이다.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는 그 옷은 아들이 타지를 떠도는 동안 내내 어머니 대신 아들을 지켜 줄 것이다. 아들과의 이별을 아파하는 어머니의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간은 무심히 흘러 마침내 아들이 떠날 시간이 되었다. 이 순간 어머니의 조바심은 극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아들이 입고 갈 옷에 혹시 제대로 꿰매지지 않은 데가 있나 살피면서 촘촘한 최후의 바느질을 가한 것이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걱정은 끝이 없다. 마음속으로 불현듯 아들이 돌아오는 것이 생각보다도 더 늦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만큼 오래 입어야 하므로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미 만들어 놓았던 옷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피면서 바느질을 더욱 촘촘하게 했으니 이것이 바로 어머니 마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때는 마침 풀들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이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시인은 봄풀에서 자식을 떠올리고 봄풀을 자라게 하는 봄볕에서 어머니 모습을 떠올렸다.

시인에게 봄은 청춘남녀의 사랑과 그리움, 왁자지껄한 행락의 철이 아니고 어머니의 인자한 사랑과도 같은 햇볕으로 자식과도 같은 어린 풀싹을 보살펴 기르는 철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시인은 절묘한 형상화의 수법을 발휘한다. 이제 갓 돋아나 짧을 수밖에 없는 풀싹으로 철없는 자식의 마음을 형상화하고 이에 비해 춘삼월 석 달 내내 풀싹에 쬐는 햇볕으로 어머니 사랑을 형상화했다.

봄은 풀이 소생하고 자라는 계절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햇볕이다. 그래서 봄풀은 자식이요, 봄볕은 어머니인 것이다. 그러나 봄풀은 자신을 길러 준 봄볕의 은공을 잘 모른다. 안다 해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런 의미에서 봄풀과 봄볕은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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