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6)-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6)-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 박숙희 <청주시 문화관광 해설사·수필가>
  • 승인 2014.03.2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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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

청주에는 명소 10선이 있다. 청주 사람들의 자긍심이 되는 곳들이기도 하다. 직지, 상당산성, 청주가로수길, 용두사지철당간과 성안길, 무심천, 청주고인쇄박물관, 우암산, 육거리 전통시장, 중앙공원,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등이다.

물론 이 가운데 으뜸은 직지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자주 �!巒� 좋을 곳들이다.

‘직지’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 여섯 번째 이야기는 ‘직지’ 하권 12장에 나오는 영운 지근 선사(靈雲志勤禪師)의 말씀이다.

영운 지근 선사가 위산 대원 선사의 제자로 있을 때 복숭아꽃을 보고서 도를 깨닫고는 게송을 말하였다.

“30년 동안 오면서 칼을 찾는 손이 / 몇 차례나 잎이 떨어지고 가지가 돋아났느냐? / 한 번 복숭아꽃을 봄으로부터 / 바로 지금에 이르러서 다시는 의심이 없도다.”

위 사실을 위산 스님에게 보고하니 그는 “인연으로부터 깨달아 사무쳤으니 영원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 보호하고 간직해라.”고 말하였다.

지근 선사는 30년 동안 수행을 하다가 복숭아꽃이 활짝 핀 것을 보고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다.

위에서 칼을 찾는 손님은 영운 선사 자신을 말한다. 그리고 칼이란 지혜의 칼을 말함이니 이는 곧 마음에서 지혜의 칼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복숭아꽃이 피는 것을 보고 깨달았기 때문에 그것을 인연으로부터 깨달았다고 한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깨달음이 아닌 인연법에 의한 깨달음이었기에 ‘영운 조사의 깨달은 도는 이제 확고부동해서 잠시 알았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라고 위산 스님이 영운 조사를 인가한 것이다.

예전에 비해 경제 사정이 좋아졌다고들 하면서도 오히려 행복은 예전보다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가 않은 듯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늘 행복을 밖에서만 찾으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위 지근 선사의 글을 읽으면서 우선적으로 반성하는 점이다.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 30년 동안이나 수행 정진에 매달린 지근 선사와 같은 사람도 있지 않은가? 이런 점에서 많은 불평불만의 극복을 위해서 먼저 자기 자신의 내면에 충실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밖을 보는 것 역시 결국 지혜가 충만하지 않으면 감언이설 등에 현혹당하기 일쑤이지 않던가.

자신의 감정을 완전히 통제할 줄 알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빛나는 광채나 매서운 눈초리를 보여주지 않더라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무언가 근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사람의 모습. 동양에서는 이런 사람의 모습을 목계지덕(木鷄之德)을 가졌다고 한다.

눈을 살짝 감고 내리쬐는 갑오년 봄 햇빛을 느끼며, 지혜의 칼을 찾아서 완전한 자아성취와 평정심을 이루는 마음의 여정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는지?

그런 곳에선 사사로움에 사로잡힌 개인들의 볼품없는 몰골이 아닌, 목계지덕을 닮은 행복이 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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