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비정한 정치판이라지만?
아무리 비정한 정치판이라지만?
  •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 승인 2014.03.1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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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아름다운 외모와 신기에 가까운 연주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던 리스트. 어느 날 그는 연주회를 열어 멋지게 연주하기로 했다. 실내는 캄캄했고 관객들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는 리스트의 천재적인 실력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연주가 절정에 다다를 무렵 촛불을 든 여인이 피아노에 가까이 다가갔다.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던 것은 리스트가 아니라 당시에는 무명이었던 쇼팽이었기 때문이다. 실력은 있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친구 쇼팽을 위해 리스트가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었다.

이후 쇼팽은 음악계에 돌풍을 일으키게 되는데 친구에게 소중한 기회를 내준 리스트의 따뜻한 성품 역시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인생에서 우정을 제거하는 것은 세상에서 태양을 제거하는 것과 같다.”고 갈파했다. 그만큼 우정이 인생에서 소중한 것임을 강조한 말일 것이다.

영국의 어떤 잡지사가 “친구의 정의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현상모집을 낸 적이 있었다. 그때 다음과 같은 문구가 일등을 차지했다고 한다. “친구란 세상이 모두 다 나를 버리고 가는데 혼자 내게로 오는 자“이다.

하버드대 의학교수 조지 베일런트는 ‘행복의 조건’이란 책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 등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라고 했다.

우리 인생이 행복하려면 좋은 친구를 가져야 한다. 평생을 믿고 아끼고 이해하는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인생의 다시없는 기쁨이다.

친구관계를 일컫는 말 중 죽마고우(竹馬故友), 수어지교(水魚之交), 금란지교(金蘭之交), 관포지교(管鮑之交), 문경지교(刎頸之交) 등의 한자어가 있다.

특히 사기(史記)의 고사(古事)에서 유래된 말인 문경지교(刎頸之交)는 친구를 위해서는 목이 잘려도 좋다는 우정의 두터움을 표시한 말이다. 우리의 선인들이 우정의 가치를 얼마나 높이 평가하였는가를 알 수 있는 말이다.

요즘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판에서는 의리도 우정도 없다“는 말처럼 충북도지사 선거를 놓고 이시종 충북지사와 윤진식 의원 간 50년 우정이 깨지는 비정함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50년 ‘절친’인 두 사람이 고향인 충주 에코폴리스 개발 방식을 놓고 한바탕 정면충돌한데 이어, 지난 3일에는 윤 의원이 이지사를 ‘우물 안 개구리’, ‘천수답 지사’, ‘이벤트 도지사’ 등으로 거세게 몰아부쳤다고 한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비정한 것이 정치판이라고 했나.

진정한 친구란 시류에 따라 그 위상이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해관계를 떠나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비록 진영을 달리 했다고 해도 친구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응대하는 것이 참다운 우정이요, 친구로서의 도리일 것이다.

이해관계에 집착해 서로 다투고 물고 늘어지는 것은 지도자로서 보기에도 흉하고 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진정한 친구는 흔하지 않은가 보다. 명문대학 출신으로 우리 사회의 희망이어야 할 이 분들을 보면서 야박한 세태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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