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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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4.03.1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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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여리 디 여린 봄이 하늘을 뿌옇게 칠한 미세 먼지를 이기느라 힘이 들지만 두터운 땅을 뚫고 뾰족 뾰족 얼굴을 내밀며 새 생명의 모습을 드러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창을 열고 먼지를 털어내며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내고 소생하는 새싹들에게 찬사와 감사를 보낸다.

봄과 함께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다.

올해는 10월,11월에 윤달이 들어 있어 결혼 시즌인 가을을 피하고 봄에 결혼식을 올리려고 서두르는 바람에 예식장 잡기가 하늘에 별 따기란다.

결혼 준비에 필요한 모든 업체에 예약이 줄을 잇고 특수를 노리려는 예식과 관련된 업종의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며 고객 유치에 힘 쓸 것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예식 관련업체들로 인해 행여 결혼 수요의 급증에 결혼 당사자나 가족들이 마음 상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금년은 황금돼지띠의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해인데 학생 수가 갑자기 늘어서 책가방과 학용품이 품귀현상을 보인 해이기도 하다. 황금돼지 해에 아기를 낳으면 좋다는 속설 때문에 그 해에 아기를 많이 낳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가족의 생일도 모두 양력을 따르고 이사를 하거나 결혼식 날짜도 가족들이 편한 날을 잡아서 했기에 이런 속설들에 신경을 쓰지 않아 행사 날짜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나부터 아들 둘까지 궁합도 보지 않고 모두 천주교회에서 신부님의 주례로 엄숙하고 조용한 결혼식을 올렸고 막내아들도 결혼식은 천주교회에서 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과도한 예식 비를 지출하지 않았고 가족, 사돈 간에 갈등도 빚지 않았다.

결혼식 날처럼 좋은 날이 생애에 또 있을까? 서로의 눈빛만 봐도 몸에 전율이 일고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이 사랑스럽고 그 가족까지도 좋은 점만 보이리라.

이 세상 모든 행복은 다 내 것이요. 평생을 살아도 사랑이 식지 않을 것 같은 그 마음을 결혼을 해 본 사람은 모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천사처럼 예쁜 드레스에 멋진 턱시도를 입고 결혼 서약을 하는 신랑신부를 보고 부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그 행복을 둘 만이 느끼기에 아쉬워 축하객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지나친 표현은 나이든 이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꽃으로 장식하고 시내를 질주하는 차량 속에 비치는 행복한 새 부부의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오픈 카 위로 목을 빼고 괴성을 지르며 손을 흔드는 신랑신부의 모습은 경망스럽고 불안해 보인다.

더 심한 경우에는 웨딩카 뒤에 깡통을 매달고 덜컹거리는 가운데 클랙슨까지 누르고 윗옷을 벗은 맨 몸의 신랑 옆에 소리를 지르는 신부와 친구들의 광경도 종종 본다.

물론 행복의 표현이겠지만 이해하기가 어렵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복이 아니라 자신들만이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사랑과 행복을 위해 진지한 서로의 마음을 다짐하는 결혼식이었으면 좋겠다.

결혼은 일륜지대사라고 하지 않던가!

시대가 변하니 결혼의 문화도 바뀌는 게 당연하지만 요즘 성대한 결혼식의 후유증으로 자칫 행복이 무너지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며 결혼식이 진정한 부부의 새 출발이 되도록 당사자도 축하객도 결혼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건전한 결혼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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