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對 P 성격심리
J 對 P 성격심리
  •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
  • 승인 2014.03.1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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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리>

A 장학사는 힘든 업무 속에서도 늘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그냥 쉽게 일을 하는 것 같다. “오늘 깔끔하게 한 잔?” 하면 언제나 콜이 온다. 이분의 업무 수첩에는 하복대 몇 시 모임, 가경동 몇 시 모임 등만 적혀 있다. 그러나 언제나 업무 성과는 최상급이다. B 장학사는 언제나 철두철미하고 계획적이고 진지하다 못해 심각하다. 그의 수첩에는 오늘, 내일, 모레…, 할 일들이 시간대별로 빼곡히 적혀 있다. 이분과 한잔하려면 2주 전에는 약속을 잡아야 한다.

A 장학사는 업무 결과로 인정을 받는다. 다만, 업무 과정에서는 아슬아슬한 부분이 많이 있다. B 장학사는 늘 성실함과 계획성 등으로 인정을 받는다. A 장학사는 일하는 것도 노는 것처럼 하며, B 장학사는 노는 것도 일처럼 한다. 성격유형에서 A 장학사는 인식형, B 장학사는 판단형으로 분류한다.

판단형(Judgement)은 의사를 결정하고 종결을 짓고, 활동을 계획하고 어떤 일이든 조직적 체계적으로 진행시키기를 좋아한다. 이들은 ‘논리적 분석 또는 인간적인 요인’을 바탕으로 하여 의사결정을 하거나 계획하기를 좋아하며 의사결정을 내릴 정도만큼 정보를 얻으면 지각을 닫아버린다. 즉 판단이 앞선다. 반면 인식형(Perception)은 들어오는 정보 그 자체를 받아들이기를 즐긴다. 삶을 통제하고 조절하기보다 상황에 맞추어 잘 적응하며 이해하려는 편이다. 따라서 이들은 다른 것을 더 보기 위해 가능한 한 판단을 늦춘다. 판단형은 한 가지 일을 빨리 끝내고 다른 일을 추진하며, 하던 일을 놔두고는 딴 일을 못 벌이지만, 인식형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벌일 수 있다. 다만, 뒷마무리가 약한 점이 있다. 판단형은 단기전에 강하고, 인식형은 장기전에 강하며 판단형은 인식형의 사람들이 느리고 굼뜨고 답답하다고 흉보지만, 인식형은 판단형을 보고 성급하고 여유가 없고 조급하다고 비난한다.

직장에서 상사가 J형이고 직원이 P형이라면 어떨까? 아마 그 직원은 무척 고달플 것이고 상사는 직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인간 상호 간의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오해, 논쟁, 편견의 근원을 살펴보면 사람이나 세상을 보는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 하는 가치에 대한 전제가 다르기 때문에 결국 서로 말이 빗나가고 격론이 벌어지고, 심지어는 반목해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으로까지 번지게 된다.

우리는 흔히 사람들은 모두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남도 나와 같이 생각하겠거니 하고 믿는다. 특히 친목과 화합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끼리’는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라고 믿고, 그러한 믿음을 굳게 하는 방향으로 밀고 나간다.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는 특히 이러한 동일시가 심하다. 그만큼 다른 사람이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르게 느끼는 것을 발견했을 때 사람들은 깊이 실망하고 그 정도가 넘어 상대방을 원망하게 되고 그를 저주하며 때로는 배신자라고 규탄하고 미워한다. 그러나 남은 곧 내가 아니다. 이러한 구별을 의식하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이 고통은 인간관계의 진실을 인식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성격은 가치중립적이다. 어떤 형이 좋고 어떤 형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가치판단을 할 있는 것은 타고난 성격에 기초해 발달한 그 사람의 인격이다. 칼 융은 가장 자기다운 자기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라며 ‘J형인 나는 J형의 삶을 살아가고, P형인 너는 P형의 삶을 살아가라. 다만,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는 것은 너와 나의 인격의 몫이다.’라고 강조한다.

새로 옮긴 일터에서 J형 스타일로 계획하고 조직하느라, 아래 직원들 힘들게 하고 스스로도 스트레스 받고 있는 J형인 필자는 오늘따라 인식형인 A 장학사가 그립다. “오늘 하복대에서 깔끔하게 한잔 어때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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