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이해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둣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 차분차분 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가뭄으로 메마른 대지는 이내 습기를 제 안으로 빨아들여 생명의 방으로 전달합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때를 기다리던 봄의 몸짓이 비와 함께 기지개를 켭니다. 꽃씨의 봄으로, 들꽃의 봄으로, 흐르는 물의 봄으로, 노래하는 새들의 봄으로, 붉은 가슴 속 그리움으로, 그렇게 제각각의 봄으로 오기 위해 목마른 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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