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표현의 자유
  •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14.03.12 2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세근 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어떤 사상을 가져도 되는가? 된다. 그렇게 생각하겠다는 데야 누가 어쩔 수 없다. 심지어 살인, 방화, 강간, 국가전복까지도 그렇다. 생각을 강제할 방도도 없다. 사람 꿍꿍이속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래서 철학이 중요하다. 올바르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니 말이다. 논리학도 그렇고, 변증법도 그렇고, 여러 주의주장도 그렇다. 이런 생각은 이런 점 때문에 문제가 있고, 저런 생각은 저런 점 때문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해서 행동의 자유도 보장되는가? 결코, 아니다. 사상의 자유가 곧 행동의 자유로 이어진다면 큰 일 난다. 아무리 이 나라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국가가 시키는 일을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다. 국가가 주는 권리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의무도 있다. 내가 싫다고 국가를 부정할 수는 없다.

공산주의 사상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하고자 한다면 국가에 의해 제재된다. 저 여자에게 흑심을 품는다고 해서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없다. 죽이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살인사건은 그렇게 자주 벌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사상과 행동을 헷갈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국가권력이 헷갈리는 경우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그렇게 생각했다고 잡아넣는 것이다. 과거 독재정권이 자주 그랬다. 요즘은 유사 권력이 이를 배워 가끔씩 써먹는다. ‘쟤, 그렇게 생각한데’라면서 그냥 바보를 만드는 것이다. 때로는 언론이 그럴 때도 있고, 인터넷이 그럴 때도 있다.

반대로 생각은 늘 바르게 해도 행동이 그릇되면 처벌을 받는다. 아무리 훌륭한 생각을 하던 사람이라도 음주운전은 피해갈 수 없으며 절도죄를 면할 수는 없다. 폭력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실수가 고귀한 인생을 망칠 수 있는 것이다. 실수라면 용서받기도 한다. 그래서 초범은 가볍게 처분하지만 죄는 여전히 죄다.

사상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는 그런대로 쉽게 구별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중간쯤에 있는 표현이 문제다. 표현의 자유도 분명 보장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수많은 한정이 따른다.

일단 나이에 따른 표현의 자유다. 그래서 ‘19금’이 있다. 어른은 봐도 되지만 아이들이 보면 안 될 것도 있고, 함께 봐도 좋을 것이 있다. 어른끼리 할 말이 있고 아이들에게 옮기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어른은 화면과 실제를 구별하지만 아이들은 구별하지 못한다. 때로 어떤 어른은 아이처럼 현실과 비디오를 구별하지 못해 죄를 짓는다.

다음으로는 때와 장소에 따른 구별이다. 흔히 명예훼손죄라면 거짓을 유포한 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명예훼손은 그것이 설령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공공장소에서 발설하면 죄가 된다. 엊저녁 내가 노상방뇨를 했고 그것을 본 사람이 ‘누구는 어디서 오줌 누었데요~’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면 죄가 되는 것이다. 사실을 말해도 죄가 되니 표현의 자유는 이렇게 어렵다.

표현의 방식도 관건이 된다. 책을 쓰는 방법, 말로 떠드는 방법, 신문에 내는 방법, 시로 읊는 방법, 그림으로 그리는 방법, 춤으로 보이는 방법, 몸으로 하는 방법 등 수백의 방식이 있다. 요즘은 작은 방송국(podcast)도 있고, 페이스북 같은 SNS도 표현의 주요방법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플래카드는 어디쯤 속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물건을 내걸기 때문에 자칫하면 행동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공공장소에서 말이다. 조심할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