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의 치안시책 추진에 갈채를 보내며
'온고지신’의 치안시책 추진에 갈채를 보내며
  • 강태억 <청주흥덕경찰서 정보보안과장>
  • 승인 2014.03.1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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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태억 <청주흥덕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온고지신(溫故知新)은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옛것을 알고 새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충북지방경찰청의 행보를 보고 많은 분이 온고지신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호평을 하고 있다. ‘주폭’을 다시 부활시켜 추진하는 것이나, 존중의 문화를 실천하는 것 등이 자신의 색깔만을 보여주려고 하기보다는 ‘안전한 충북 행복한 도민’이라는 슬로건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기존의 시책이라도 좋은 것은 받아들이는데 인색하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그동안 경찰은 전에 추진하던 시책을 계승해서 발전시키기보다는 새로운 시책을 추진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이는 비단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치단체도 새로운 단체장이 취임하면 전임 단체장 지우기에 먼저 나서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창조’가 강조되는 시대에 새로운 시책을 추진하기보다 이전에 실시하던 것을 반복하는 것은 진부하게 비쳐질 수 있다. 또한, 과거의 성공방식에 안주하거나 답습하는 것이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경찰상을 보여줄 수 없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또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서양 격언처럼 완전히 새로운 것은 있을 수 없고 기존의 것을 보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역사적으로도 온고지신의 유용성은 많은 곳에서 증명됐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에 대비한 학익진이나 거북선 등이 모두 옛것을 새롭게 한 것이다. 물론 창조의 과정을 거쳐 상황에 적합하도록 개선했음은 물론이다.

현 정부 화두로 강조되고 있는 ‘창조경제’와 관련해서도 온고지신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류 열풍과 함께 ‘전통공예’, 발효식품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기존 산업과 사회기반을 고부가가치화하는 방법으로 새마을 정신이 부각되고 있는 것 등이다.

후배 가수들이 가요사의 전설로 기억되는 선배 가수의 명곡을 재해석해 대결을 벌여 우승자를 뽑는 ‘불후의 명곡’이라는 프로그램도 온고지신의 단적인 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돌 가수가 뮤지션으로 거듭나고 있다.

‘주폭’은 충북경찰청에서 최초로 도입해 전국적으로 확대됐고 일선 근무자들의 근무여건 개선뿐만 아니라 주민의 치안만족도를 높이는 역할도 해 도민이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범죄피해자의 대부분이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서 발생하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가 아니라 ‘유전무피 무전유피(有錢無被, 無錢有被)’라는 여론으로 바뀌고 있다. 처벌보다는 예방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폭’은 피해자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이고, 범죄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경찰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이전의 시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한 도민’이라는 분명한 목적에 부합하도록 ‘주폭’의 추진방식도 새로워졌다.

‘존중문화’를 추진하자는 것에서도 주폭과 같이 ‘온고지신’을 엿볼 수 있다. 존중문화는 항상 강조돼 왔지만 구호로 끝나거나 나를 존중해 달라는 뜻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청장이 먼저 직원을 존중하며 존중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남을 높이는 것이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첩경이라는 것을 곳곳에서 나타내고 있다. ‘주폭’을 새롭게 추진한다는 것도 이전 청장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회가 고도화되며 범죄의 유형도 변화하고 있어 경찰력의 운용도 함께 변해가야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시책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시행착오와 현장의 적응력에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치안행정, 보여주기 위한 치안행정으로 흐를 경우 많은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옛것을 새롭게 하는 청장의 행보에 갈채를 보내는 목소리가 낯설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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