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그림세계로 머물지 않고 변화하는 모습 작업 보여주고파"
"나만의 그림세계로 머물지 않고 변화하는 모습 작업 보여주고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3.11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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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대 오늘부터 청주예술의전당서 전시회
청맥·황맥·보리-생명 시리즈 30여점 선봬

구상적 보리서 추상적 보리 변화작업 주목

“나는 왜 아직도 고흐나 세잔느가 이미 19세기에 다 했던 유화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하고 고민합니다. 평생 화가로 살아왔지만, 훗날 내 작품이 쓰레기처럼 불태워지는 것은 아닐까 잠이 안 올 때도 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작업하고 변화된 작품을 그리려 노력합니다.”

보리 작가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한 박영대 화백의 말이다. 40여 년 보리에 천착해왔지만 12일부터 19일까지 청주예술의 전당 전시실에서 열리는 ‘보리 생명의 소리’ 전을 앞둔 박 화백의 마음은 여느 작가들과 비슷하다. 보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추상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긴장된 설렘을 갖게 한다.

“구상적 보리에서 출발해 추상적 보리로 변화된 작업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이번에 새롭게 전시할 ‘보리-생명’ 작품은 먹과 아크릴을 혼합해 한지에 그린 낱알의 보리입니다. 그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형태로 존재하지만, 생명을 품은 것은 같고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생명력은 붉은 바탕을 통해 강렬하게 드러난다. 불규칙한 형태의 나열과 옅어지며 깊어지는 먹의 농담은 경계가 사라진 사물의 거리와 태초의 원시적 모습으로 펼쳐진다. 한 알의 보리 속에 내재된 생명의 눈은 해체된 보리의 모습 속에서도 강한 생명력을 드러낸다.

“생명의 본질은 근원에 이르는 작업으로 생명의 가장 작은 단위는 씨앗입니다. 한지와 먹이라는 동양의 회화 재료와 유화와 아크릴이라는 서양회화의 재료를 통해 이질적이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주고자 했습니다. 화가에게 재료 찾기는 자기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림에 대한 박 화백의 열정은 보리를 보리에 머물지 않고 생명을 불어넣으며 진화된 보리로 승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 변화상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청맥’과 ‘황맥’, 추상화된 보리의 모습을 담은 ‘보리-생명’ 시리즈로 3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재홍 문화평론가는 “송계의 예술세계는 풍경 보리에서 시작됐고, 그다음 시기는 정신의 보리. 추상 보리 의 세계가 다시 확대 심화되면서 다양한 실험을 거쳤고, 1990년 이후에는 정신의 내면화가 더욱 깊은 회화의 형상력으로 변모됐다”고 평했다. 이어 “어느덧 7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송계의 예술세계는 더 높고 깊어진 혼의 영역으로 접어들었고, 독자적인 회화세계로서 하나의 독립된 세계를 완성해 가고 있다”면서 “사실보리에서 정신보리, 정신보리에서 사상의 보리로 다시 영혼의 보리로 심화해감으로써 보리의 화가라는 스스로 회화세계를 완성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박 화백은 올해도 전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다. 청주전시를 마치면 4월 서울 인사동 초대전을 계기로 영국에서 초대전을 가질 예정이다. 또 6월에는 한일작가교류전을 통해 일본에서 전시도 할 계획이다.

“앞으로 보리 작업이 어떻게 변화될지 나도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열심히 그리고 싶어요. 이미 남이 다 그려놓은 그림이지만 나만의 그림세계로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변화하는 모습을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싶습니다.”

새롭고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는 것이 작가의 사명이라고 말하는 박영대 화백. 한국의 정서로 대변되는 ‘보리’처럼 그의 푸른 예술정신을 엿볼 수 있다.

박영대 화백은 청주에서 출생했으며 국내·외에서 30여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사롱드바란 대상과 국제미술의제전 동경전 대상, 백양회 공모전 대상 등을 수상하고 현재 ICA 국제 현대미술협회장과 사롱드바란 미술협회 고문, 현대미술 한일전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 개막은 12일 오후 5시 청주예술의 전당 소1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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