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눈물(2)
선생님의 눈물(2)
  •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 승인 2014.03.1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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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고 성인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도 짧고, 참으로 아름다웠다. 젊은 날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법정스님은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 때일 뿐”이라고 하셨고, 서산대사도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오고, 잠시 머물다 가는 것뿐”이라고 하셨다.

‘생자는 필멸이요, 회자는 정리’라는 말과 같이 헤어짐과 아픔 또한 한 순간이다. 한 평생 걸어온 교직 인생을 반추해 볼 때 참으로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나는 학창시절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엄청난 가난에 시달린 탓에 실의와 방황으로 얼룩진 어린 시절을 보냈다. 더욱이 대학 진학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내 인생을 바꾸게 된 가장 진한 감동을 준 사건이 있었다.

대학 원서마감 하루전날 방과후였다. 담임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 텅 빈 교실에 나를 혼자 앉히고는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없이 창가의 의자에 앉아 계셨다. 오랜 침묵이 흘렀다. 선생님이 아무런 말씀을 안하시자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선생님을 돌아다보았다. 선생님은 거짓말처럼 눈물을 줄줄이 흘리고 계셨다. 유난히 크고 깊은 눈에서 줄기줄기 눈물을 흘리시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머리를 쇠망치로 얻어맞은 것보다 더한 충격을 받았다.

선생님의 저 눈물은 무슨 의미일까. 분명 나에 대한 안타까운 연민으로 인해 울고 계신 것이다.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으시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너를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구나! 선생님은 네가 결코 좌절하지 않고 꼭 성공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가슴이 터질 듯 아파 오고 있었다. 나도 어느새 선생님처럼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선생님의 눈물은 흡사 그리스도의 계시 같은 그 무엇을 어린 가슴에 심어주셨다.

그날 십리 길을 걸어 집으로 오면서 어떠한 고난의 가시밭길이라도 바위처럼 굳세게, 억새풀처럼 억세게 살기로 다짐하고 교육대학으로 진학하여 존경받는 선생님으로 그늘진 아이들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리라고 결심하였다.

돌아보면 아쉽지 않은 시간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평생을 교육계에 몸담아 온 내가 발자취를 되돌아 볼 때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은 평교사 시절이요, 그 때 가르치던 제자들이다.

이 땅의 아이들에게 헐벗음보다는 풍요로움을, 미움보다는 사랑을 실천한 선생님으로 이름을 남겼어야 했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모두보다는 몇몇을, 함께보다는 경쟁을, 사랑보다는 질책을 일삼고,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사랑의 응달에서 떨고 있는 많은 아이들을 외면한 채, 그저 나 하나 살아가는데 급급하다가 교단을 내려왔으니 생각만 하면 후회스럽고 자다가도 식은땀이 흐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너를 위해 아무 도움이 될 수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구나! 선생님은 네가 결코 좌절하지 않고 꼭 성공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라며 흘리던 선생님의 눈물은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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