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눈물(1)
선생님의 눈물(1)
  •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 승인 2014.03.0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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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선생님께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제자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된다. 때로는 아픔으로, 때로는 그리움으로….

철부지 중학교 시절, 한번은 아이들이 사고를 크게 일으켜 화가 잔뜩 나신 선생님이 본보기로 반장인 나를 불러놓고 아이들 앞에서 종아리를 때리고는 한참 창밖을 내다보다 바지 뒷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셨다. 손수건이었다. 그리고는 눈물을 훔치는 것이었다.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선생님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 사람의 눈물에는 여러가지 종류와 색깔이 있다.

엄마의 눈물은 오직 자식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다. 자식이 성공을 해도, 자식이 실패를 해도, 자식이 효도를 해도, 자식이 속을 썩이고 말썽을 피워도 엄마는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선생님의 눈물은 다르다.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말을 잘 듣건 속을 썩이건 똑똑하건 모자라건 모든 학생을 위해 눈물을 흘려야한다. 만약 선생님이 어느 똑똑하고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한 두 학생만 편애해 눈물을 흘린다면 다른 학생들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똑똑하고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학생보다는 모자라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더 많이 갖고 어떻게든 학습능력이 좋은 학생들을 따라 잡을 수 있도록 애쓰고 또한 말 안 듣고 속 썩이며 탈선하는 학생들을 어떻게든 설득하고 선도하여 바로잡는 것이 선생님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옛날 유럽 지역에 현명하고 덕이 있는 훌륭한 선생님이 있었다.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선생님이 계신 산으로 찾아가서 좋은 해결방법을 얻어오곤 했다.

한 마을에 불량한 아들을 둔 부모가 선생님을 찾아가서 아들을 새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였다. 마을로 내려온 선생님은 그 집에서 고약하고 버릇없는 불량아들과 함께 자면서 지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아들은 유명한 선생님이 왔다는 말에 질렸는지 몇 날 동안은 얌전히 굴었다. 그러나 일주일 후에는 여전히 불량하고 못된 짓을 하고 다녔다. 저녁이면 들어오지 않고 첫닭이 울어야 들어와서 한나절까지 잠을 자고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벌컥 내곤 하였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 선생님은 꾸짖지 않았고, 교육적인 어떤 말도 하지 않아 아들의 부모는 낙심에 빠졌다.

선생님은 함께 있기로 약속한 3개월이 지나 집을 떠나게 됐다. 못된 아들은 처음에는 훌륭한 선생님이 와서 괴롭게 됐다고 생각하였으나 사실은 그렇지도 않았고, 이제 선생님이 산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조금은 서운하고 미안안 생각이 들어 선생님이 가시는데 전송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은 방에서 나와 신발을 신을 때 아들에게 신발을 신겨달라고 부탁했다. 아들은 아무 생각 없이 선생님의 신발을 신기고 신발 끈을 매었다. 신발 끈을 매는 아들의 손등에 뜨거운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어서 놀라 위를 보니 선생님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순간 아들은 목이 메이면서 선생님 앞에 무릎을 꿇고 이내 울고 말았다. 3개월 동안 한마디의 꾸지람도 어떤 말씀도 하지 않은 선생님이 떠나시면서 흘린 그 눈물은 너무나 많은 의미를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 불량한 아들은 선생님의 눈물 앞에 굴복하고, 새 사람이 되어 새 길을 가게 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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