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자의 목소리
낮은자의 목소리
  • 충청타임즈
  • 승인 2014.03.06 2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 자의 목소리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충청타임즈 종교칼럼 부제(副題)가 ‘낮은 자의 목소리’이다. 낮은 곳에서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섬김을 받는 사람이 되지 말고 섬기는 사람이 되라는 당부의 의미도 있는 듯하다. 섬김을 받기는 쉬워도 남을 섬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섬김의 도리를 앞장서 실천하신 분이 예수님이시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 아버지의 아들, 선한 목자의 어린 양, 바로 이 자리에 임하셨던 분이 예수님이기 때문이다.

천주교 사제 서품식(敍品式)에서 새 사제는 제대(祭臺) 앞에 엎드려 하느님의 뜻을 따를 것을 다짐한다. 아름답고 거룩한 낮은 자의 모습이다. 서임(敍任)을 받은 한 사제는 “사제로 불러주신 하느님의 크신 사랑에 감사하며 쉽지 않은 길이지만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사제로 살겠다.”라고 밝혔다. 개인의 명예를 버리고 예수님의 뒤를 따라 낮은 자의 삶을 살아갈 것을 약속한 것이다.

원불교에서는 해마다 12월, 중앙총부에서 성직자들의 출가(出家) 서원식(誓願式)을 거행한다. 개인의 명예와 이익을 버리고 교단과 세상을 위해 헌신하고자 다짐하는 거룩한 의식(儀式)이다. 비록 종교에 따라 행사의 내용과 절차는 달라도 성직자로서 삶을 다짐하는 뜻은 다르지 않다. 원불교 성직자들은 마음은 이 회상(會上)에 드리고 몸은 이 공도(公道)사업에 헌신할 것을 진리 전에 서원한다.

성직자가 오롯한 마음으로 세상을 위해 봉사하려면 돈과 명예,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홍재철 회장은 성탄절 메시지에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이신 모습은 온유와 겸손이며 섬김과 낮아짐이었다.”면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낮아지려하기 보다는 높아지려하고 섬기려하기 보다는 섬김을 받으려 하는 모습으로 가득하다.”라고 말했다.

교회뿐 아니라, 각 종교 지도자들이 마음에 새겨들어야 할 큰 가르침이다. 2013년 3월, 12억 가톨릭 새 지도자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사에서 “교회는 모든 인류들, 특히 가난하고 가장 힘없고 가장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부드러운 사랑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라고 강조함으로써 사회적 약자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주셨다.

성직(聖職)은 누가 맡긴 직이 아니다. 스스로 맡은 천직(天職)이며 자기가 선택한 삶이다. 성직자들은 세상의 희망이 되고 등불이 되어야 한다.

원불교 정산(鼎山)종사(1900-1962)님은 제자들에게 “연꽃이 되라”고 하셨다. 말씀하시기를 “옛 성인은 제자들에게 소금이 되라고 하셨거니와 나는 그대들에게 연꽃이 되라고 하노라. 연꽃은 진흙 속에 뿌리박았으되 그 잎이 더러움을 받지 않으며 그 꽃은 아름답고 향기롭나니 새 세상 수도인(修道人)들의 상징이니라.”(정산종사법어 법훈편 16장)

성직자들은 이 세상의 소금과 목탁이 되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연꽃이 되어야 한다. 나를 낮추면 세상이 높아지고 상대를 높이면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예(禮)의 근본정신은 나를 낮추고 남을 높여주는(禮者自卑而貴人)것이다. 낮은 자의 목소리가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랑과 은혜의 메시지가 되기를 염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