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의원의 경솔한 리더십
박덕흠 의원의 경솔한 리더십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4.03.04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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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권혁두국장 (보은·옥천·영동)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보은·옥천·영동)은 당선과 동시에 ‘롱런’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탁월한 수완과 뚝심에 유력한 경쟁자가 없는 지역구도 등 여러 조건들이 그런 세간의 판단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최근 그의 경솔한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며 이런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그의 지역구에서는 요즘 새누리당 단체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 파열음이 그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박 의원 본인이 서 있다.

보은군에서는 불출마를 밝혔던 사람을 부추겨 당내에 풍파를 일으킨데 이어, 이번에는 갑자기 후보 물망에도 없던 인물을 내정했다가 후폭풍을 만났다.

공정 경선을 요구해온 후보자들은 박 의원의 거듭된 독선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지자들과 집단 탈당하겠다거나,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 새누리당을 심판하겠다는 격앙된 소리들이 터져나온다.

상향식 공천을 누누이 강조해온 중앙당과도 정면 배치되는 박 의원의 언행에 유권자들도 어안이 벙벙해진 모습이다.

옥천군도 마찬가지이다. 김영만 군수가 민주당을 나와 새누리당으로 건너가는 구차스러운 과정은 물론 그 와중에 느닷없이 박 의원의 수석보좌관이 경쟁대열에 합류하는 과정 등이 구구한 억측과 함께 입방아에 올랐다. 당내에서는 조직에 헌신해온 당원들이 푸대접을 받는다는 불만이 삐져나오고, 바깥에서는 멀쩡한 사람 꼬드겨 웃음거리로 만든다는 볼멘소리가 터진다.

지지율이 고공비행하는 새누리당은 밀려드는 정치지망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치열한 내부경쟁을 제대로 조율·정리하지 못하면 본선에서 발목이 잡히는 악재를 만날 수 있다.

지난 보은군수 선거가 비근한 케이스다. 새누리당은 당시 현 정상혁 군수를 공천에서 탈락시켰고, 탈당한 정 군수를 이용희 전 의원이 거둬 자유선진당 간판으로 당선시켰다. 버린 카드에 일격을 당한 치욕도 교훈이 되지 않는다면 무슨 말을 더 하랴.

박 의원의 독선적 행보에서는 ‘당선은, 내가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달렸다’는 오만과 오판이 읽혀진다. 선거판에서는, 세상에 없는 재주도 우군을 졸지에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희한한 재주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더욱이 박 의원은 취임하자마자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불려다니다 굴레를 벗어난 지 두달도 안됐다. 아직은 낮고 겸허한 자세로 자숙해야 할 때이지, 좌충우돌하며 힘을 과시할 때가 아니다. 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은 지역구와 유권자를 하찮게 봤을 때 가장 참담한 대가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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