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운동
브라운 운동
  • 이강영 교사 (청주 원평중학교)
  • 승인 2014.02.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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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이강영 교사 (청주 원평중학교)

가만히 무언가를 날마다 지켜보고 기록해내는 것, 그것은 끊임없는 인내와 용기를 요하는 일이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과학자는 그 지루한 관찰의 과정을 날마다 또는 밤을 새워가며 지켜내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이 가진 연구 열정은 끝없는 지루함을 견디고 이겨내며 꼼꼼하게 하나하나 기록해가는 관찰을 믿고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는 가설을 세워 탐구하는 과정에서 꽃피게 된다.

1827년 영국의 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은 식물의 수정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현미경으로 꽃가루가 가득 들어 있는 물을 렌즈 아래에 한 방울 떨어뜨리고 꽃가루 입자를 관찰하던 중 꽃가루 입자가 물 위를 끊임없이 불규칙적으로 운동하는 현상을 관찰하게 된다. 그가 가진 의문은 식물의 수분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리고 꽃가루가 어떻게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꽃가루에 생명이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그 후 다른 물질들 예를 들면 숯가루, 유리, 금속, 암석 등 무기물을 뿌려 관찰한 결과 꽃가루와 똑같은 불규칙 운동을 한다는 것을 알아내게 되었고 살아있는 생물 때문이 아님을 밝혀냈다. 그 이유를 밝힌 과학자는 바로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이다. 그가 브라운 운동을 설명하기 이전에 여러 과학자는 열에 의한 대류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꽃가루는 차가운 물에서보다 뜨거운 물에서 더 활발히 움직이지만, 이는 브라운 운동의 원인이라고 할 수 없었다. 결국, 아인슈타인과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주위에 있는 액체분자(물 분자)들에 의한 충돌 때문에 꽃가루가 불규칙한 브라운 운동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 분자의 크기는 0.2nm(나노미터) 이하이며 꽃가루의 크기는 5,000~50,000nm 정도로 직경의 차이가 10,000배 이상이고 부피 차이는 1,000,000,000,000배 이상이다. 그러면 어떻게 물 분자가 1조 배나 큰 꽃가루를 흔들어 운동하게 만들 수 있을까?

처음에 액체분자(물 분자)보다 훨씬 더 큰 입자(꽃가루)를 액체 속에 넣으면 액체 분자들이 아무렇게나 마구잡이로 활발하게 움직이게 되는데 이때 하나의 꽃가루에 충돌하는 물 분자가 모든 방향에서 균일하게 충돌하지는 않으므로 미세하게 변이가 생기면서 꽃가루와 충돌하게 되고 결국 꽃가루는 불규칙한 운동을 하게 된다.

식물학자였던 브라운은 현미경을 통해 자신이 관찰한 꽃가루의 운동을 다른 물질로 확장시켜가며 실험을 했고 그 과정을 기록했다. 그리고 새롭게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세계로 우리를 이끌었다. 분자 운동이라는 개념으로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물속에 떨어뜨린 커피 알갱이가 가만히 두어도 고르게 섞이는 확산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됐고 가만히 놓아둔 방향제에서 나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잠시 주변을 돌아보자. 혹시 날마다 일어나는 일이라고 평범하다고 그냥 지나친 것은 없는지 관찰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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