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건가? 아니면?
잘 사는 건가? 아니면?
  • 김낙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건축가>
  • 승인 2014.02.2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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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낙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건축가>

사람들로 붐비고 도로마다 자동차가 넘쳐나는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활기찬 도시다. 도시 근로자들이 붐비는 러시아워 때 도심지 교차로 신호대기 정지선에 늘어서있는 공회전(空回轉)차량의 대수가 날로 많아지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보다는 자가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음이다. 시간과 연료의 손실도 적지 않다. 소유하고 있는 차량의 상태도 새(new)차가 많고 소형차 보다는 중대형차가 훨씬 많다. 고급스러운 외제차(輸入車)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작은 차 보다는 좀 더 큰 차를 선호하고 있는 듯하다. 이 모든 현실은 각기 자신들의 수입과 지출에 무리가 없이 근검절약해가며 생활하기보다는 부(富)의 과시를 우선시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나만의 편견인가? 싶어, 조심스럽다.

주택가 도로변에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는 자가 승용차를 보면 잘사는 선진국나라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두 세대의 자가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는 가구도 적지 않다. 가계 소득에 비해 자동차 유지에 적지 않은 경비가 지출되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뒤따른다. 이 또한 나만의 기우(杞憂)일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집집마다 내 집 앞 주차확보로 인해 발생되는 주민들의 다툼이 잦아져 이웃 간의 사이가 서먹해지고 있다. 급격한 물질문명의 풍요가 초래한 부작용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로 인해 멀어져가는 이웃 간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부(富)의 누림 못지않게 시급히 해결해야 될 우리 모두의 책무다.

거리에 버려진 파지를 줍는 고령의 노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 개운치 않다. 일정부분 재활용되는 버려진 자원을 수거한다는 긍정적 측면의 정황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수긍하기 힘들다. 무엇이 이 사람들을 거리로 내 몰았는가? 고개를 돌려 못 본체 할 일이 아니다. 나 몰라라 할 일도 아니다.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는 나라의 자랑이 부끄럽다. 빈곤과 풍요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도시의 그늘이 깊고 춥다.

외식(外食)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는 식당에서 버려지는 음식도 상당량이다. 간혹 취식 후 남은 음식을 가져가는 사람도 더러는 있지만 남겨진 음식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시시콜콜한 지적으로 취급되기보다는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아야 할 사안이다.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마티’

‘마티는 내 동생이랑 동갑이에요’

‘허지만 마티는 내동생보다 키도 작고 몸무게도 훨씬 가벼워요’

‘아프리카에 사는 친구들은 먹을 것이 많이 부족해서 병에 걸리기도 쉽대요’

‘나는 밥 먹기 싫어서 맨날 투덜거리는데 마티 얘기 듣고 많이 미안했어요.’ 빈곤과 기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유니세프(unicef)한국위원회가 제작한 광고의 영상대사다.

시름에 잠긴 엄마 품에 안겨 음식을 받아먹으며 웃는 아이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할 말을 잊는다. 아니 할 말이 없다. “미안해하지 마라.”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굶주림을 당해보지 않고는 배고픔을 모른다. 가난은 절제되지 않는 소비 그리고 마구 써대는 낭비와 무지(無智)에서 오는 형벌(刑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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