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우리에게 준 선물
김연아가 우리에게 준 선물
  • 김형기 <뉴시스 부국장>
  • 승인 2014.02.2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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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형기 <뉴시스 부국장>

세계인이 자발적으로 ‘Queen 연아’라 불러주는 브랜드. 대한민국의 좁은 국토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전설로 인정해주는 이름. 24살 김연아에게 대한민국은 또 한번 빚을 졌다. 고마움이 아니라 빚이라고 한 것은 그가 우리사회가 되새겨야 할 의미있는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첫번째 화두는 ‘불굴의 도전’. 처음 김연아라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인식하게 된 것은 10년쯤 전 우연히 방송을 통해 ‘꽤 유망한 주니어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발에 맞는 스케이트화를 구하지 못해 고생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당시 뉴스를 기억하자면 이렇다.

…매일매일 연습에 몰두하다 보면 서너달도 안돼 스케이트화가 헐렁해진다. 새 것을 구해야 하지만 발이 편한 잘 맞춰진 스케이트화를 구하려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낡은 스케이트화를 이리저리 수선해 사용한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때 기자는 ‘왜 저 아이의 부모들은 되지도 않을 종목을 붙잡고 저리 아이를 고생시키지’라고 가볍게 치부했다. 당시까지도 한국에서 피겨스케이팅이란 한국인의 체형과도 맞지 않고, 기술도 턱없이 뒤쳐져 세계 무대에 접근하기 불가능한 스포츠종목쯤으로 인식돼 있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아니 불가능했던 도전을 가능한 도전으로 바꾼 것은 오롯이 김연아 선수의 의지 덕분이다. 어떤 어려움에도 꺾이지 않으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불굴의 의지’는 그저 교과서나 소설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김연아는 그 오랜 기간 온몸으로 확인시켜주었다.

김연아가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놓친 후 보여준 ‘격조와 품격’은 대한민국이 그에게 진 또 다른 빚이다. 누구도 인정할 수 없고, 인정하기 싫은 결과를 놓고도 김연아 자신만은 ‘우아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부드럽게 감쌌다.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결과’를 받아들고도 20대의 김연아는 전세계를 향해 참 담대하고, 침착하게 행동했다.

그 순간 ‘코리아 브랜드’는 몇 발자국 더 나아갔다. 돌아보면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얼마나 경쟁에만 몰입했었나. 정치, 사업,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심지어 혈연간에 조차 치열한 경쟁만큼이나 결과를 인정하는 것에 인색했고, 심한 악다구니를 가감없이 드러내지 않았나.

전세계가 주목한 소치 동계올림픽 아이스링크에서 김연아가 마지막 판정에 대해 보여준 의연하고 품격있는 행동과 발언은 한국 사회의 품격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킨 기분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김연아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에서 평범한 ‘20대 젊은이’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자신이 원하는대로 평범한 젊은이로 돌아가지는 못할 듯 싶다. 불굴의 의지를 통해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인 ‘김연아’와 ‘김연아 브랜드’를 우리 사회가 결코 평범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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