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4)-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4)-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
  • 승인 2014.02.2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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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신은 이렇게 말한다.

“그가 지상에서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일을 하든 금하지 않겠노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이 말은 《파우스트》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직지 책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 네 번째 이야기는 '직지' 하권 39장에 있는 천복 승고 선사(薦福 承古 禪師)의 말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암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8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승고 선사께서는 항상 여러 사람에게 권하여 말했다.

“불법을 배우려 하지 말고 단지 스스로 무심하도록 하라. 기본이 영리한 사람은 한 나절이면 해탈할 것이고, 기본이 둔한 사람이면 3년이나 5년이 걸릴 것이다. 아무리 길어도 10년을 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깨닫지 못한다면 이 노승이 그대를 대신하여 혀를 뽑는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여기서 불법을 배우지 말라는 것은, 도 혹은 진리를 배울 때는 먼저 모름지기 무심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莫學佛法, 但自無心去), 이것이야말로 첫째인 으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무심의 공부를 제대로 수행해 나가다보면 결국 영리한 사람은 한 나절 안에 해탈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역사 속엔 이런 실례들이 적지가 않은 가보다. 순천 송광사에 가면 삼일암이 있는데 그곳은 원나라의 태자가 보조국사를 따라와서 3일 만에 도를 깨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설악산의 봉정암을 가기 전에 있는 오세암은 다섯 살 먹은 어린이가 도를 깨친 곳으로 소문이 나있는 곳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승고 선사는 아무리 둔하게 태어난 사람일지라도 무심 공부만 제대로 하면 10년 안에는 다 깨닫게 된다고 한다. 범부들로서는 귀가 솔깃해지는 말이다. 이 말이 거짓말이면 자기 혀를 빼는 지옥에라도 자처하겠다고 했으니 거짓말은 아닌 듯싶다. 그러나 범부들로선 무심이란 말의 이해와 수행이 어찌 손쉬운 도달처가 되겠는가?

그렇지만 결국 인간은 욕심을 버리고 노력하는 한 올바른 길을 찾아가게 되어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 길을 찾는 방향 설정과 방법 등 다양한 시행착오는 오히려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서두 《파우스트》의 말도 이런 의미겠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험난하더라도 바른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욕심에 사로잡혀 우왕좌왕 살다보면 그 인생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 신세와 다를 것이 없겠다. 결국 세상과의 교류에서 나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일임을 알 수가 있다.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낯선 것과의 조우를 통해 이성(理性)이 시작된다.”고 했다. 즉 습관적인 익숙한 것들에 대해서는 새롭거나 창조적인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운다는 것, 새로운 생각을 한다는 것은 결국 지금보다 나은 행복을 위한 일일 것이다.

비록 낯설긴 하지만 가끔은 무심 정신으로 오히려 새로운 생각들이 일어나게 함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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