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맛
사는 맛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2.19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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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정일근

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독의 맛을 들이다 고수가 되면
치사량의 독을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고수가 먹는 것이 진짜 복어다
맛이란 전부를 먹는 일이다
사는 맛도 독 든 복어를 먹는 일이다
기다림, 슬픔, 절망, 고통, 고독의 맛
그 하나라도 독처럼 먹어보지 않았다면
당신의 사는 맛도
독이 빠진 복어를 먹고 있을 뿐이다


※ 음식 하나하나도 각기 맛이 다르듯,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모두 다릅니다. 산다는 과정은 모두가 같지만, 개인의 현실과 경험과 철학에 따라 희로애락을 느끼는 감정의 깊이는 다릅니다. 때때로 찾아오는 기다림, 슬픔, 절망, 고통, 고독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감정의 맛일 겁니다. 하지만, 바닥까지 가 닿은 후에야 얻어지는 인생의 맛이 있습니다. 지금의 쓴맛도 온전히 나에게로 이르는 과정임을 생각하면 이 역시 독이 든 복어를 맛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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