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0지구 예성로타리의 윷놀이가 특별했던 이유
3740지구 예성로타리의 윷놀이가 특별했던 이유
  • 박상옥 <시인>
  • 승인 2014.02.1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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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시인>

3740지구 예성로타리 윷놀이마당이 펼쳐진 파라다이스에 갔다. 그간 로타리사무실서 치러오던 연중행사였는데 회원이 해마다 증가하였다. 하여 “서로 부대끼며 다정한 것도 좋지만 복작대지 않게 너른 마당에서 행사를 하라”는 김동학 사장의 배려가 있었단다. 행사장 입구 드럼통을 엎어놓은 숯불위에서 고기가 구워지고 일찍 와서 행사를 준비하며 한차례 막걸리를 주고받은 분위기가 추운날씨를 잊게 한다. 홀에는 테이블마다 종이가 깔리고 상치를 겸한 홍어회 접시가 식탁마다 놓이고, 방금 구운 삼겹살과 떡 만두 과일 과자 음료가 놓인다. 잠시 후 너른 홀이 순식간에 100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한쪽에선 김 푹푹 뿜으며 뜨끈한 국이 끓고, 또 10조로 나눠 경쟁할 윷자리가 깔린다. 회원가족들이 함께 참여하는 척사대회, 회원 간 화합의 웃음소리가 하루종일 즐겁다. 공동체의 삶, 세시풍속의 소중함을 윷놀이마당서 깨닫는다. 또한 여러 가지 논란과 숙제를 남겨준 올해의 대보름을 생각한다. 춘하추동 4계절의 자연환경과 함께 관습적으로 내려오는 생활문화의 한 요소인 세시풍속. 농업의 관점에서 달은 생산이 가능한 여성과 대지를 상징하며, 만월은 태음력을 중시하며 풍요로운 공동체를 기원했다. 하여 세시풍속 중 처음으로 맞이하는 대보름의 의미는 클 수밖에 없고 이젠 다변화된 생활방식이 농업이 기여하는바 적더라도 다양한 대보름 놀이를 체득한 세대에게 아릿한 향수에 젖게 한다.

올해는 젊은이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인식된 발렌타인데이와 대보름 명절이 겹쳤다. 부끄럽게도 나는 올해의 대보름 명절이 동양평화를 주창한 우리의 영웅, 안중근의사의 사형선고일(2월 14일)임을 몰랐다. 일본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얄팍한 초컬릿 상술로 우리를 기만했다는 믿기 힘든 소식이 SNS를 통해 퍼진 후에야 알았다. 이제 돌아보니 듣도 보도 못한 발렌타인데이가 갑자기 2월 명절의 주연을 차지함에 있어서 나와 우리 모두의 무심함은 차라리 죄다. 일 년 열두 달마다 보름이 있지만 특히 대보름이라고 하여 크게 쇠는 이유가 새삼 소중한 풍속으로 인식되는 올해인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이 모이는 행사라면 기관을 끼고 지원금을 받아야 떳떳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3740지구 예성로타리의 윷놀이가 아주 특별했던 이유는 어떤 직함을 가진 인사의 방문이나 축사나 지원금 없이도 성황을 이룬 후의, 깨끗한 마무리에 있지 않나 한다. 스스로 한 가지씩 마련해 온 음식을 앞에 놓고, 스스로 단합되고 스스로 기껍던 회원들. 그 옛날 우리들 기억 속 대보름명절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공동체의식이란 연대감마저 관이 주도하는 행사라야 가능해지고 도비. 군비. 시비 보조금이 아니면 많은 사람을 동원하는 대보름 행사도 할 수 없다는 인식의 변화. 그 인식이 고착화 되어 가는 것이 안타까운 세태다. 그 변화를 거스를 수 없을지라도 그 문화를 이끌어 나아가는 것이 사람이라면 문화의 주체자인 우리는 얼마든지 문화에 개입하고 참여하고 능동적인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윷판을 휘젓던 그날의 아이들이 훗날 초콜릿데이 못지않게 세시풍속의 여러 공동체 놀이를 추억했으면 좋겠다. 그 옛날의 세시풍속을 더 많이 지녔기에 더 뜨거운 동포애를 지니고 가셨을 안중근 의사. 올해 2월 14일(발렌타인데이)이 나처럼 유난히 찜찜하고 부끄러운 사람들 참 많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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