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구두 … 여성의 욕망을 드러내다
다리·구두 … 여성의 욕망을 드러내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2.18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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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화 ‘Borderline’展
23일까지 청주숲속 갤러리

여성성 모티브 '발' 주목

유백색 부조작품 선보여

“발은 드러나는 신체 일부이지만 잘 주목하지 않는 부분이잖아요. 이번 작품의 모티브 인 다리와 구두는 여자의 내밀한 꿈이기도 하고, 본능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여성성을 보여주는 장치로 주목받지 못한 여성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상화 작가가 다리와 구두만으로 여성의 욕망을 보여주는 ‘Borderline(경계선)’전을 개최한다. 전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23일까지 청주 숲 속 갤러리(옛 도지사관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여성성을 드러내는 모티브로 발에 주목하고 있다.

“구두는 여자의 욕망을 가장 섹시하게 표출시켜줄 대표적인 아이콘이라고 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구두는 단순히 신을 수 있는 대량 생산된 사물을 넘어서 신분상승과 허영심, 성적 코드를 완결시켜주는 발칙한 욕망의 상징인 거죠.”

유백색의 부조작품으로 선보이는 15점은 구두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발의 모양에서 여성미를 발산한다. 화려함을 감추듯 은백색의 색채는 은밀하고 직관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전시 제목인 Borderline은 함축적이며 다중적으로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Borderline(경계선)이란 입체이면서도 평면적인 형식에 대한 의미이며, 여성성을 감추고 있는듯하지만 드러내고도 싶어 하는 이중성에 대한 내용적인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리와 구두의 연관성을 작가는 내면의 기억에서 찾는다. 소품처럼 등장하는 인형 곰은 발과 함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여자로서의 꿈, 살아가며 느끼는 기쁨, 슬픔, 외로움, 그리움의 또 다른 코드다. 

“엄마의 뾰족구두를 신어본 적이 있어요. 너무 커서 한 발짝 내딛기도 어려울 정도로 위태로웠지만, 그 뾰쪽한 굽 속에 내 작은 발을 쏘옥 넣는 순간 마치 어른이 된 것 같은 몽롱한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예뻐했던 것들, 좋아했던 것들, 생각하면 기분 좋아지는 것들, 살아가며 느끼는 기쁨, 슬픔, 외로움, 그리움 같은 이런 것들을 내 작품에 담고 싶었습니다.”

자칫 지나치게 강조될 수 있는 여성적 이미지는 은백색의 화이트 톤으로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작품은 양각과 음각을 통해 여성성을 극대화했다. 같은 모습을 음각과 양각으로 표현함으로써 발이 지닌 이면성과 동일성을 드러낸다. 같으나 다른, 다르나 같은 묘한 매력이 작품에서 느껴진다. 

“부조작품은 평면성과 입체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매력이 있어요. 작업공간의 제한에서 비롯된 편이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2차원적인 동시에 3차원의 특징을 지닌 부조는 이중적인 매력을 가진 작업입니다. 입체라고 하기엔 함축되어 있고, 그렇다고 평면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걸 짐작하게 하는 그런 거죠.”

‘숨겨진 무언가를 끊임없이 깎고 붙임으로써 스스로를 성찰하고 치유하는 것’이란 작가 노트에서 유리구두를 꿈꾸는 작가의 열정과 노력을 본다. 당분간 ‘발’을 표현하는데 더 천착하고 싶다는 작가는 다른 작업으로 전환하는 시기도 언젠가 자연스럽게 올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전상화 작가는 인천교육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1996년 가족이야기전, 2011·2012 아트청주 부스전을 가진 바 있다. 현재 금천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한국미술협회, 충북조각가협회, 토석조각가협회, 충북여성작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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