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무심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9.2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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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이 장대에 올라가 해금을 켠다
우리 사회에서 부자가 되는 길은 참 쉽다. 나라에서 국민 전체를 부자로 만들어 주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몇 년 전부터 시행 중이다. 강원도 땅에 내국인을 위한 카지노를 세웠다. 누구든지 와서 즐기고 돈을 따가면 된다. 카지노 앞에는 전당포가 즐비하고 부자가 되려는 노숙자가 서성인다. 그런데 강원도 정선 땅이 너무 멀어서 모든 국민들에게 다 부자가 되는 기회를 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로또를 등장시켰다. 누구든지 번호 여섯 개만 맞추면 부자가 된다. 매주 잘만 맞추면 부자가 된다. 인생은 한 방이다. 그 열풍이 조금 사그러들어 국민들이 부자될 꿈을 접는 것 같은 기색을 보였다.

정부는 조금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했다. 곳곳에 성인 오락실을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로 했다. 한 술 더 떠서 딴 돈을 현금으로 바꾸기 쉽게 하기 위해서 상품권을 주는 방식도 도입했다. 이제는 누구나 집 앞에만 나서면 편의점 보다 많은 숫자의 성인 오락실을 볼 수 있게 됐다. 부자가 될 기회가 발끝에 차이게 된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꼭 가봐야 하는데 아쉽게도 내가 사는 시골에는 아직 없다. 경운기를 몰고서라도 가봐야겠다. 부자가 되리라 되어보리라.

해도 해도 너무한다. 온 나라를 도박으로 물들이고 있다. 이승만 정권 때에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라는 말이 떠돈 적이 있었다. 그저 요로에 적당한 뇌물을 뿌리면 적산가옥을 불하 받기도 하고 큰 이권을 따 내기도 했었다. 그 로비 여하에 따라서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말이다.

성인 오락실이나, 상품권이나 다 국가적 차원에서 규제를 해야 될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버젓하게 허가가 나고 번듯하게 운영이 되고 있다. 그 흑막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세살 먹은 아이도 알 사항이지만 여든 먹은 노인도 내막을 알기 어렵다.

로또로, 성인 오락의 상품권으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천년 전 고려 시대 노래다.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깽깽이를 켜는 소리를 듣는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 고려 가요. 청산 별곡



사슴이 어찌 장대에 올라 갈 수 있으랴! 사슴이 어찌 깽깽이(해금)를 연주할 수 있을까 그런 사슴이 있고, 그런 행위가 가능하다면 그건 기적이다.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을 거라는 환상. 그리고 그것을 허가해 주는 국가. 그리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니까 부랴부랴 압수를 해서 오락실을 드나드는 사람도, 오락실을 차린 사람도 모두 쪽박을 차게 만드는 현실을 장대에 올라간 사슴이 보면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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