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平生)
평생(平生)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2.12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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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문태준

저녁이 다 오고 
강아지들이 어미의 젖을 찾는 것을 본다
어미는 저녁처럼 젖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고
눈을 못다 뜬 다섯의 강아지들은
머리통을 서로 밀고 찧으며
저녁밥을 찾는다
어디 다른 데에서 목숨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저것이 평생이다
 

※ 이따금 생각에 걸려 다른 것으로 넘어가지 못할 때, 현실의 고민이 단단하게 발목을 잡을 때, 내안의 또 다른 내가 속절없이 깊어질 때, 앞만 보고 질주하다 끊어진 다리를 만나듯 딱 멈춰서야 할 때, 준비없이 맞이하는 나이듦이 불안으로 옥죄여 올 때, 가만히 무념의 상태에 자신을 던져놓아보세요. 굽이굽이 먼 길을 달려와 서있는 지금의 자리도 어미젖 찾는 눈 못뜬 강아지와 별반 다를게 없음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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