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라산 가고 싶다
나도, 한라산 가고 싶다
  • 임선빈 <수필가>
  • 승인 2014.02.1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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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임선빈 <수필가>

1월이 가볍게 넘어갔다. 2월도 몇 날이 휙 지나갔다. 시간은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다. 시간을 쫓아가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시간은 언제나 앞서 가고, 달려도 모자랄 판인데 자주 걸음을 멈춘다. 내일은 잘 걸을 수 있겠지, 희망은 가져 보지만 거기에서 멈추고 만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자치단체가 초비상이다. AI가 확산되지 않도록 행정력을 모으고, 살 처분 작업에 동원된 공무원은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충북 시.군의회 의장과 부의장들이 제주도로 연찬회를 떠났다고 신문과 방송이 발 빠르게 소식을 전한다.

연찬회에 참석한 분들의 이야기가 내 귀에는 함성으로, 눈엔 지우지 못할 글자로 박히면서 지난해 대추 고을 행정감사장 풍경과 겹쳐진다.

행감장에서 경청을 하던 그 하루, 그 자리는 고장에 대한 애정과 군민을 감싸 안는 따뜻한 온기가 없었다. 대추 고을 공무원들은 열심히 일을 하였음에도 행감의원의 질책에 소신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노심초사하는 모습만 역력했다.

시설관리사업소의 감사 중 인내에 한계를 느꼈다. 헬스장의 입장시간을 현재 07시에서 06시로, 폐장시간을 21시에서 22시로 늘리자는 모 의원의 발언 때문이다. ‘행감’장의 분위기는 확실한 갑과 을의 관계로 무지함이 빛나는 시간이 되었다.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09시 개장을 07시로 변경, 입장시간이 2시간 빨라진 것이 2012년의 일이다.

한 시간 빨리 개장하고 한 시간 늦게 폐장, 이런 논의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다. 하지만 간과하는 것이 있다. 헬스장 이용시간이 늘어난다고 관리 인원을 늘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소장은 대단히 곤혹스러워하면서 보일러실 직원이 4시 30분에 출근하고 있는데 더 이상은 힘들다며 고충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근무자의 건강을 걱정하는 소장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한 두어 사람이 희생하더라도 많은 군민이 행복해한다면 개장시간은 앞당기고 폐장시간을 늘려야 한다,’ 연구해보라는 그 말이 곧 법이 되는 갑의 위풍당당으로 ‘행정감사’가 방점을 찍었다.

지나치게 초과근무가 많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헬스장근무자의 초과근무가 걱정스러울 뿐이다.

핑계는 그렇지만 군의회의 재미있는 판단으로 지금 나는 철저하게 망가져서 고통스러워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오장환문학관’. 여름에 풀을 뽑는 임부에 대한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오장환 시인을 해바라기 시인으로 알리고 싶어 해바라기를 잔뜩 심어놓고 임부 들이 하던 일까지하며 애를 쓰다 반월성연골파열로 바이커낭종까지 덤으로 얻어서이다. 다리에 근력이 빠지면서 넘어지고 부딪쳐 멍이 가실 날이 없다. 그 좋아하는 겨울 한라산 산행도 두 번 다시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억울한 마음에 질의서를 작성해서 군의원을 만났고 지역신문에 기고도 하였다. 글을 읽었다는 의원은 있지만, 그 어떤 위로의 말이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삶에서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고 했다. 군민의 이름으로 약자인 근로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무지막지한 일은 없어야 한다. 그들도 소중한 대추 고을 군민이기 때문이다.

※ 필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당선「2000년」, 충북작가 신인상「2000년」,수필집 2005년《꽃 피는 봄이 오면》, 2013년《내 마음의 화첩》 발간. 무심천 동인, 보은문학회, 충북작가회의, 충북수필가협회 회원으로 보은문학회장, 오장환문학관해설사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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