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식 교육정책 언제까지 계속할건가
일방통행식 교육정책 언제까지 계속할건가
  • 한재갑 <뉴시스교육전문기자>
  • 승인 2014.02.1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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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재갑 <뉴시스교육전문기자>

교육부가 누리과정의 5시간 연장 운영을 골자로 하는 유치원 교육과정 운영 지침을 마련해 시도교육청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교총과 전교조는 물론 유아 교육계가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교총은 교육부에 긴급 교섭·협의를 요구했고, 전교조는 유아 교육계와 예비교사들까지 동참해 교육부 앞에서 교사 결의대회까지 했다.

‘3~5세 연령별 누리과정’은 만 3~5세를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 교육과정과 어린이집 표준보육과정을 통합한 공통과정으로 5세 누리과정은 2012년 3월부터, 3~4세 누리과정은 2013년 3월부터 시행했다.

현재의 유치원 교육과정에 따르면 누리과정 편성은 1일 3~5시간을 기준으로 편성하게 돼 있다. 이를 교육부가 5시간 운영을 원칙으로 하되, 30분 조정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한 것은 현장 여론이나 교육적인 관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교육부는 누리과정 운영시간 5시간 연장 문제가 논란이 되자 지난달 29일 해명자료를 내고 “‘하루 5시간 강제 운영’ 지침 및 ‘8교시 강제수업 지침’을 내렸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유치원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여 2월중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치원 교육과정은 초·중등학교의 교과중심 수업시수와 달리 유아발달 특성을 고려한 교육활동, 자유선택활동, 급·간식, 휴식, 바깥놀이(1시간) 등의 활동이 일과 운영에 포함돼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는 교육부가 예정대로 지침을 마련·시행하겠다는 것을 예고한 것으로 애초부터 교육부가 현장 여론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일방통행식 관행을 탈피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누리과정의 운영시간이 5시간으로 연장됨에 따라 유치원은 오후 2시까지 운영해야 한다.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오후 2시까지 유치원에 있을 수 있으니 환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유치원 교육의 질 저하는 물론 유치원 교사가 과중한 근무조건을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 등 검토할 부분이 적지 않다.

학계는 유아에게 가장 적절한 교육활동시간을 대체로 3시간 정도로 보고 있다. 유아의 교육활동 시간을 연장하는 게 진정으로 유아들의 발달에 적합한지를 고려한다면 누리과정의 5시간 연장은 교육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아들의 과다한 수업시수와 유치원 교사들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업시수 문제도 검토할 부분이다.

유치원의 경우 수업시수 1시간을 대체로 30분~35분으로 보기 때문에 하루 5시간 누리과정을 운영하면 원아들의 수업시수는 물론 유치원 교사들의 주당 수업시수가 초등학생의 수업시수나 초등교사의 주당 수업시수(40분 기준, 주당 19~22시간)보다 훨씬 많아진다. 초등학교보다 어린 유아의 수업시간이 많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유치원 교사들은 각종 행정업무에서도 초등학교처럼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의 공립학교 병설 유치원에는 유치원 업무를 전담하는 지방공무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또한 유치원은 초등학교 다르게 별도의 쉬는 시간 없이 아이들이 등원할 때부터 귀가할 때까지 교육활동이 계속된다. 유치원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 전담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부에서는 누리과정 5시간 확대가 방과 후 전담교원을 확보하지 않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특히 방과 후 교육과정의 경우 심화학습이나 특기적성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사교육 기관이 운영하는 외부프로그램을 도입해 어쩔 수 없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유아교육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흘렀다. 이제 유아교육이 단순한 보육과 돌봄을 넘어 교육의 질 담보를 통한 공교육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교육부가 현장 여론을 무시하고 일방통행식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보면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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