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진찰하는 여자의 속삭임
나무를 진찰하는 여자의 속삭임
  • 이헌경 <음성대소초 사서교사>
  • 승인 2014.02.0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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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헌경 <음성대소초 사서교사>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새 보금자리를 오송에 마련했다. 바람 불고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길거리에 사람 한 명 없는 조용한 동네가 처음에는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연두빛 작은 새싹이 짙은 녹색이 되고 울긋불긋 곱게 물들어 아름다움을 선사하다 어느 순간 낙엽이 되어 고개를 떨어뜨리듯 자연스레 조용한 이 동네에 익숙해졌다. 아니, 호수 공원을 거닐며 산책을 할 수 있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우리 동네가 붐비지 않고 조용해서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사람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환경에 적응하는 건가 보다.

오카야마 미즈호 역시 그랬다. 조경 일을 하신 아버지와 의사였던 할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생명과 자연을 소중히 다루고 가까이했던 그녀는 자연스럽게 나무 의사가 됐다. 끝없는 생명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나무에 손을 대는 순간 광대한 자연과 손을 잡는 듯 아득히 먼 생명의 세계에 다다르는 느낌을 받는다는 그녀. 나무를 치료하러 갈 때마다 오히려 나무에게 원기를 선물로 받고 돌아온다는 그녀. 그녀는 세상과 사람과 소통하는 한 그루의 나무 같은 사람이었다.

나무 의사는 아픈 나무를 치료할 뿐만 아니라 나무가 병든 원인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늘 그 자리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나무들은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잘못된 상식과 행동으로 아파한다고 한다. 나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나무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나무를 다루는 것이 결국엔 나무를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도서 ‘나무를 진찰하는 여자의 속삭임’(오카야마 미즈호 지음·염혜은 옮김·디자인하우스)은 나무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미즈호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그녀가 사랑하는 나무 이야기와 나무 의사가 무엇이며 어떻게 될 수 있는지 그리고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나무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정보라고 표현하기에는 책이 주는 느낌과는 달리 다소 딱딱한 맛이 있으니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마치 나무가 우리 인간들에게 우리를 가까이하려면 우리를 정확히 알아달라고 말하는 듯 말이다. 그 중 우리가 가장 잘못 알고 있는 것은 바로 나이테 인 것 같다. 나이테가 넓게 퍼져있는 쪽이 남쪽이라는 말은 잘못된 정보였다. 나이테의 폭은 토지의 형상이나 주위의 상황에 따라 변한다고 한다.

나무와 사랑에 빠진 나무 의사 미즈호는 우리 주변에서 살펴 볼 수 있는 나무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나무에 미처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나무를 좋아하지만, 나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사람이라도 혹은 나무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지만, 다정다감하게 설명할 줄 몰랐던 사람들에게 미즈호는 일본 여성 특유의 감성을 한껏 살려 친절하게 속삭여준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나무 의사가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나무 의사로 정이품송 일화를 남긴 고 강전유 의사,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우종영 의사 등 우리 가까이에도 늠름한 나무처럼 그들을 지켜내고 보살피는 나무 의사들이 있다. 이들과 미즈호의 공통점은 매 순간 나무를 생각하고 나무를 찾아다니고 나무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어느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우리는 좋아하기에 꽃도 꺾고 나무도 꺾어 집에 두고 보려고 한다. 좋아하는 것은 나 혼자 하는 것이기에 말이다. 나무는, 자연은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한다. 좋아하는 마음이 앞선 서투른 손길보다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제 나무를, 자연을 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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