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앉은부채(Symplocarpus nipponicus)
애기앉은부채(Symplocarpus nipponicus)
  • 최종석 <진천광혜원중학교 교사>
  • 승인 2014.02.0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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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최종석 <진천광혜원중학교 교사>

아침에 학생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겨울방학 숙제에 대한 질문이었다. 평소에 학습태도도 좋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학생인데 정말로 뜻밖이었다. 새해에는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얼마나 할지는 잘 모르지만, 숙제를 물어올 정도라니 참으로 대견하다. 숙제도 하고 싶고 정해진 규칙을 지켜서 선생님에게 칭찬을 듣고 싶다는 의도인 것 같다.

미래는 잘 모른다. 그래서 더 살맛이 나는지 모르겠다. 다 알고 다 정해져 있다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정해진 것에 대한 예측을 지켜야 한다. 찬바람이 몰아치고 온도가 내려가면 생물들은 살기 위해 노력한다. 나무에 잎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잎을 떨어뜨릴 것인가? 겨울에 잠을 잘 것인가? 활동해 먹이를 구할 것인가? 이러한 고민은 한 두 해에 지속된 것이 아니다. 수만 년 동안 생각하고 고민해 결정된 것이고 지금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는 오늘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사진동아리 모임인 샘나에서 사진전시회가 있었다. 처음에 사진으로 나와 있는 것이 애기앉은부채였다. 청주의 산성 주변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천남성과에 속하는 다년초로서 육수화서이며, 암술과 수술이 시기를 달리해 피어나고 4장의 화피가 같이 연결되어 있다. 붉은색의 포엽속에 암술, 수술, 화피가 있고, 움트기 전에 싹이 돋아 배춧잎처럼 큰 잎으로 자랐다가 6월이 되면 지상부가 사라지고 휴면에 들어간다.

붉은 포엽이 눈을 녹이고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그래야, 파리류와 다른 벌레들이 와서 수정을 시킨다. 경쟁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고민이 있다. 눈을 언제 녹여야 할까? 눈이 너무 많이 왔으면 녹일 수 있을까? 물론 눈이 오지 않았으면 녹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눈을 녹일 기준은 무엇인가? 식물에 많은 눈을 녹일 만한 에너지도 없다.

애기앉은부채는 올해도 2월 어느 날 눈을 녹이며 꽃을 피울 것이다. 고민 고민하면서 시기에 맞춰 눈을 적절하게 녹이지 못한 개체는 사라지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애기앉은부채의 꽃이 알맞은 시기에 눈을 녹이며 핀다는 사실이다. 수정하고 다음해 열매를 맺는다. 그래야, 애기앉은부채의 유전자가 다음 대에 전달되는 것이다. 생물의 최대 목적은 유전자를 다음 대에 잘 전달하는 것이다. 애기앉은부채는 사슴이나 노루와 같은 동물들이 잎을 먹기도 하고 이뇨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참 신기한 식물이다.

방학숙제 때문에 문자를 준 학생도 분명히 고민을 했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하여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고민하고 생각하면 길은 열린다. 노루발 풀이 지금 산에 가면 진한 녹색을 띠고 살아 있다. 영하의 추위에도 잎이 지지 않고 달려 있다. 그것은 봄에 빨리 빛을 먼저 받아서 잘 자라기 위하여서이다. 겨울방학은 학생에게 중요한 계절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받아들이는 학생은 몇 명이나 되는가? 그래도 신통방통하게 다음해에 애기앉은부채가 눈을 녹이듯이 학생들은 학교에 오고 열심히 공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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