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자기노출
선거와 자기노출
  • 양철기 <충북교육청 장학사·박사>
  • 승인 2014.02.0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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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충북교육청 장학사·박사>

필자는 정치인(선출직 공직자)을 존경한다.

모 주간지에서 발표한 한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에 관한 조사결과 소방관(92.9%), 간호사(89.9%), 의사(80.9%), 초등교사(79.5%), 은행원(77.4%)…정치인(11.7%) 순으로 나타났다. 소방관은 10명중 9명 이상이, 정치인은 10명 중 1명만이 신뢰한다는 반응을 나타낸 것이다. 존경하는 사람의 직업군 순 또한 이와 비슷하다. 그러할지라도 필자는 선거로 선출된 공직자를 존경한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와 정치를 안주삼아 벗들과 한잔 하는 도중, 친구의 장난끼 어린 한마디 “너도 한번 나가봐라!” “내가?” “나도 마흔이 넘었으니 나이는 적당하겠고, 집 저당 잡히고,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손 좀 벌리면 선거자금은 어느 정도 될 것이고…” 그런데 문제는, 어딘가에서 튀어나올 몇 년째 갚지 않고 있는 주점 외상값, 여기 저기 인용해 쓴 논문과 기고문의 표절 문제, 숨기고 싶은 젊은 날의 밤안개 생활 등등. 선거에 나오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벌거벗긴 채 여과 없이, 아니 더 부풀려서 드러날 것인데…. 식은땀이 쭉 흐른다.

초등학교 반장·부반장 선거, 아파트 라인 대표 선거, 마을 이장선거에 나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선거란 것이 얼마나 부담스럽고 무시무시한 행위인지를.

교육감이나 도지사라면 160만 도민 앞에 발가벗고 심판을 기다리는 삶을 살아간다. 70년을 살아왔으면 70년의 삶을 유권자 앞에 내어놓고 검증 받으며 그들의 판단을 기다린다. 재선, 3선이라면 8~12년 이상을 개인의 삶 없이 절제하고 희생하고 베풀며 살아야 한다. 그 반대 급부로 권력이라는 것을 가지겠지만, 선거에 나올 수 있고 또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가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하기에 그저 흘러가는 말로 정치인을 안주삼고 가십(gossip)하지 않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싶을 때 우리는 때로 모험을 감수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시도를 한다. 이처럼 자신의 정보(신상, 경험, 생각, 감정 등)를 공개하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자기노출(self-disclosure)이라 한다. 적절한 자기노출은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말도 잘하고 외모도 호감형인데도 대인관계가 좋지 못한 경우는 자기노출에 인색한 것이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 친밀도와 자기노출은 정비례하는데 자기노출을 하면 상대도 그만큼 자신을 드러내게 된다.

때로 대인관계에서 일방적인 자기노출, 상대방이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기노출, 과도한 자기노출은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자기노출에도 단계가 있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자기노출의 정도도 많아지고 깊어질 수 있다. 대인관계에서 사람들은 상대를 알아가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자신도 성장한다. 자기노출은 용기 있는 행동으로 자기노출을 꺼리는 사람은 노출 할 대상을 찾지 못했거나 상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은 자신 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스스로의 자기노출이 아닌 타의에 의한 강제적 자기노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선거기간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타의에 의해 자기노출 상태에 놓인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바라건데 강제적 자기노출로 인한 험난한 검증과정을 통해 유권자와 더 친밀해지고 자신의 삶도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그 속에서 옥석이 가려져 큰 정치인, 능력 있는 정치인, 깨끗한 정치인, 진실한 정치인이 선출될 것이다. 많은 후보들이 파부침선(破釜沈船·밥 짓는 가마솥을 부수고 돌아갈 배도 가라앉힘), 결사의 각오로 선거전에 나갈 결단을 내리고 있는 요즘, 그들의 용기 있는 자기노출에 존경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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