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경제 파열음 곳곳서 감지
서민 경제 파열음 곳곳서 감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9.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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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해약 늘면서 분쟁조정 8월말까지 5580건 접수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지는 체감경기가 정부 '등잔 밑'까지 찾아 왔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청사 1층 민원실. 최근 심심찮게 고함소리가 흘러 나온다.

"200만원 넘게 보험료를 냈는데 해약금이 50만원도 안된다. 정부가 해결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 경기가 악화되면 늘어나는 생명보험 해약자들의 불평이다.

이들은 금융감독원장을 직접 만나야 겠다며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금감원 분쟁조정실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지면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외환위기 때보다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처럼 일거리도 없고 하루 수입이 신통치 않을 때는 민원실에서 계속 버티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생명보험 관련 분쟁건수는 "성장 모멘텀이 아직 유지되고 있다"는 정부의 경기 진단을 비웃는다.

금감원에 신청된 생명보험 분쟁조정은 2002년 3501건에서 지난해 7641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8월말 현재까지 5580건이 접수돼 최소한 지난해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또한 보험을 해약하거나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 효력이 상실된 규모도 최근 크게 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보험해약 환급금은 지난 1월 1조4290억원(34만3000건)에서 3월 1조5000억원(41만6000건)으로 증가했다. 효력상실 역시 같은 기간 2064억원(19만3000건)에서 2430억원(35만2000건)으로 늘었다.

혼재된 경제지표로는 읽히지 않는 '민생 파열음'은 다른 곳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사(전업사 기준)의 신규 연체 증가도 한 예다.

올 24분기 1개월 미만 연체액은 5511억원으로 2004년 34분기(8330억원)이후 최대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단기 연체가 늘어나면 연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며 "이 지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저축은행의 3개월 미만 연체율은 지난해 말 3.4%에서 올 3월말 3.77%로 높아졌다.

금융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제지표들은 시간을 두고 흐름을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를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그러나 서민경제생활과 직결된 보험 해약 건수 등은 체감 경기를 비교적 잘 드러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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