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2)-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2)-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
  • 승인 2014.01.2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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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

'직지' 하권 2장에 보면 다음 글이 나온다.

어떤 스님이 대주 선사(大珠禪師)에게 물었다.

“모든 중생들에게는 다 부처의 성품이 있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이에 대주 선사가 답하였다.

“부처처럼 행하면 부처의 성품이 되고, 도적처럼 행하면 도적의 성품이 되고, 중생처럼 행하면 중생의 성품이 된다. 성품은 형상이 없어서 행하는 작용에 따라서 이름을 붙이게 된다. 그러므로 금강경에 이르기를 ‘모든 성현들은 전부 무위법(無爲法)에 의하여 차별(差別)이 있다’라고 한 것이다.”

다시 스님이 물었다.

“설할 수 있는 법(說法)이 없으되 단지 그것을 이름하여 설법이라 하셨으니, 선사께서는 그것을 어떻게 터득할 수가 있겠는지요?”

대주 선사가 답하였다.

“반야의 체(?)가 끝까지 청정해서 한 가지 물건도 얻을 수 없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말할만한 법이 없는 것을 설법이라 이름 한다고 하는 것이다.”

위 글은 불법으로서의 법, 즉 불교적 진리에 대한 성격을 규정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법이나 설법 모두 딱히 정해진 실체가 없는데 얕은 지식으로 이를 재단하고자 하는 데서 잘못이 생겨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사람의 지식이나 언어는 자주 부분적이며 편당적이기가 쉽다. 이것은 진리나 참된 행위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더군다나 사람들 사이의 진실도 말보다는 느낌이나 행동, 즉 직관을 통해서 우리는 더욱 잘 체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17세기의 문신인 서계 박세당(1629∼1703)의 시 한 수로 윗글을 마감하면 어떨까?

‘새봄을 맞아〈춘첩(春帖)〉’

푸른 산은 푸른빛을 바꾸지 않고(청산불개색靑山不改色)

흐르는 물은 물소리를 바꾸지 않네.(유수불개성流水不改聲)

바라고 바라건대 주인장이여!(유원주인옹唯願主人翁)

호젓이 사는 마음 바꾸지 말자.(불개유서정不改幽棲情)

초목 모두 입었던 옷을 벗은 저녁, 잎을 떨구고 야윈 가지에는 부러진 갈대와 말라버린 연잎이 동병상련에 어울리는 길동무다. 유상함도 무상함도 다 관점을 달리 하므로 결국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던가?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박세당의 시에서 볼 수 있듯이 진리와 참됨을 향한 끝없는 성찰과 노력, 곧 세상 욕심으로부터 자기를 올바로 세우고 굴함 또한 없도록 이끌고자 하는 주인 됨의 자세가 우리를 범부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진정한 행복의 길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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