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광 귀신
야광 귀신
  •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4.01.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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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몇 해 전에 어린이들 사이에서 퍼진 괴담이 하나 있었다. ‘빨간 마스크’ 괴담이다. 빨간 립스틱을 칠한 여자가 나타나 "나 예뻐?"라고 말하며 돌아다닌다는 괴담이다. 덕분에 6학년 남자 어린이들 너덧 명이 몰려와 "빨간 마스크 때문에 무서워서 집에 못 가겠으니 도서실에서 재워주세요!"라고 징징댔던 웃기면서도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드라큘라나 유령, 강시처럼 외국의 귀신 이야기는 한 번쯤은 영화나 소설로 비교적 쉽게 접하는 데 비해 막상 우리 귀신 이야기는 아이들이 얼마나 알까 싶었다.

우리 귀신 이야기도 아이들이 알았으면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우리 귀신 이야기를 읽기 위해 우리나라 귀신 이야기 책을 찾아도 괜찮다 싶었지만 마땅한 책이 없어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우리 귀신 이야기를 찾아 헤매다 발견한 책이 ‘야광 귀신’(이춘희 글·사파리)이다.

국시 꼬랑이 세트라는 전집 중의 한 권이다. 이 전집 세트는 우리 옛 풍습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니 전집을 한 번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야광 귀신 이야기는 몸에서 야광 빛이 나오는 귀신 이야기다. 설날에 복이 담긴 신발을 훔쳐 가는 야광 귀신을 막기 위해 신발을 숨기고 체를 문 앞에 걸어 둔다는 이야기다. 야광 귀신은 숫자를 세는 것을 좋아해서 체 구멍을 하나하나 세다가 날이 밝아 서둘러 도망치는 이야기이다.

사람을 해치고 괴롭히는 다른 나라 귀신 이야기와는 달리 어수룩하고 멍청하기까지 한 느낌이 든다. 우리 귀신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이게 정말 귀신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다. 다른 나라 귀신 이야기에 내가 너무 잔인하게 물들었나 싶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것에 익숙할 아이들에게 우리 귀신 이야기를 들려주며 다른 나라 귀신과 비교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 스스로 잔인하고 폭력적인 것에 얼마나 물들어 있나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크리스마스에는 양말을 침대맡에 걸어두고 장식하며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리는 것처럼, 우리 설에는 이 책을 읽고 체를 하나 걸어두고 신발을 숨기는 것도 새해를 맞는 한 방법이 될 것 같다.

아이들과 ‘손 큰 할머니의 만두 이야기(채인선·재미마주)’를 읽고서 만두를 만들고, ‘설빔(배현주 글·사계절)’을 함께 읽으며 한복을 입고, 복조리를 종이접기로 만들어 장식하고, 체를 걸어 신발을 숨기고 야광 귀신 이야기를 읽으며 잠들기...

즐거운 설 명절의 추억이 될 것이다. 순박하고 정감있는 우리 이야기를 물려 이어주는 것도 우리들의 할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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