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의 인지도
원불교의 인지도
  •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4.01.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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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청주에 부임한지 어느덧 3년째를 맞이하게 되었다. 무심천(無心川)을 따라 흐르는 물이 세월의 무상(無常)함을 일깨워 준다. 나의 소임은 충북교구 산하 13개 교당의 운영 및 교화업무를 관장하는 일이다. 내가 머물고 있는 청주교당의 경우, 1971년 5월에 설립되었으니 43년의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의 흐름이 네 번을 더했으나 타종교에 비해 원불교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은 것 같다.

지금부터 5년 전인 지난 2009년 5월의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그 해 5월29일, 경남 김해시 진영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국민장에서 불교 기독교 천주교에 이어 원불교 의식을 집례하게 되었다.

당시 TV를 통해 장례식을 시청하던 많은 사람들이 “원불교가 뭐지?”하며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당시 원불교에 대한 높은 관심은 실시간 이슈 검색어 1순위를 유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3대 종교와 함께 의식을 진행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 후 원불교 의식 집례는 김대중 대통령 국장에 이어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이어지고 있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일까? 3대 종교와 함께 의식을 집례하거나 방송국을 운영하고 군종장교를 파견한다고 해서 원불교가 4대 종교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아니다.

원불교가 가야할 길은 멀고 해야 할 일은 너무 많다. 국내에 600여 개의 교당과 미국 유럽 동남아 등 해외에 100여개의 교당과 기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원불교가 뭐예요?”하는 질문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는 그런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된다.

2000년의 오랜 역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고 배워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16년에 교화를 시작한 원불교는 개교 100년을 1년 앞두고 있다. 200년쯤 지나면 “원불교가 뭐예요?”하는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나는 그런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요즘은 인터넷이 있어 모르는 것은 검색만 하면 바로 알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원불교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날이 예전처럼 길지 않을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교조(敎祖) 소태산 대종사(1891-1943)의 가르침에 따라 가야할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정신개벽(精神開闢)을 주창(主唱)하는 원불교는 진리 부처님이신 법신불(法身佛) 일원상(一圓相)을 신앙과 수행의 표본으로 삼고 있다. 법신불 일원상은 심불(心佛), 곧 마음 부처님을 말한다.

원불교는 교도(敎徒)들에게 보은(報恩)의 삶을 살도록 가르친다. 하늘·땅·사람, 법과 질서, 이 모든 것이 은혜 아님이 없다. 부모님께서 이 몸을 낳아 길러주시고 천지와 동포 법률의 은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은혜란 무엇인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가 바로 은혜이다. 사람이 만물 가운데 영장(靈長)으로 꼽히는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 은혜를 알아 그 은혜에 보답할 줄 알기 때문이다.

은혜를 베풀면 복이 되어 돌아오고 원망은 죄고의 씨앗이 된다. 사람으로 태어 낳으니 감사하고 은혜를 알아 보은할 수 있음을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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