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충호'의 본질
'영충호'의 본질
  • 이경기 <충북발전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승인 2014.01.2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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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경기 <충북발전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해 8월 1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영충호 시대’의 도래를 최초 언급하였다. 5월말 기준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 인구를 추월한 역사적 변환이 그 계기였다. 이후 언론이 ‘영충호 시대’가 내포하는 충청권의 영향력에 주목, 이 용어를 뉴스와 기획기사에 정식 인용하면서 ‘영충호 시대’는 포털사전에 등재되는 등 시대의 새로운 흐름을 읽는, 실체를 가진 시사용어로 급속히 인정·확산되어 오고 있다. 아울러 지역 내·외부 또는 정치진영간 입장과 이해에 따라 이 용어의 정치·경제·사회적 함의(含意)에 대한 긍정·부정의 다양하고 격렬한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이와 같은 과정적 혼란을 정리하고 ‘영충호’가 시대의 전환기제를 해석하는 사회과학적 바로미터로 까지 진화하기 위해서는 지금 시점에서 ‘영충호’의 본질은 무엇이며, 이 용어가 시대와 역사에 대하여 어떤 의미를 던지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이 지사의 당초 의도, 또는 궁극적 목표가 무엇이든간에 이 용어가 국가·지역발전의 현재와 미래를 읽는 일종의 점괘(占卦)로서 세상에 등장한 이상 단순히 인구규모의 역전에 따른 정치공학적 셈법이 영충호의 본질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인구규모는 그것이 함축하는 정치·경제측면의 지역서열이 명백하다는 점에서 정치공학 위주의 접근은 우리가 그동안 불편한 마음으로 보아온 영호남 지역갈등구조에 또 다른 지역분할구도를 조장할 위험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 권역간 균형·조정자 역할이 본질

영충호의 본질, 영충호의 대의는 충청권이 시대와 역사, 영호남과 수도권에 대하여 기여할 수 있는 실제역량에 합당한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겸손하지만 확신에 찬 각성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실질적인 제2 수도 기능을 갖는 세종시를 중심으로 충청권의 지정·지경학적 위상을 현실화하고, 수도권을 포함한 권역간 균형자·조정자 역할을 통해 지역발전과 국민행복의 총량증진을 견인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것이 영충호의 본질이다. 기존 영역의 할애를 요구하는 제로섬 논리가 아니라 충청권만의 차별적인 중심영역을 충청권 스스로의 역량으로 새롭게 창조하겠다는 공정과 선의의 경쟁 선언이다.

◇ 충청권 스스로의 실체적 힘이 전제돼야

결국 2013년 5월 충청권 인구의 호남 추월이라는 역사적 변혁과 마주한 바, 그 동안의 서울·수도권 절대집중과 영남-호남이라는 과잉이념적 분할구도를 미래지향적으로 극복하고 국토권역간 기존 위상·역할을 불평등한 대립·갈등구조가 아닌 공정한 상생·화합 구조로 대전환함으로써 국가·지역발전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하자는 시대적 제안이자 그 과정에서 충청권내지 충북의 역할을 창조적으로 모색하고자 하는 자기 각성의 통합 의제(agender)가 바로 ‘영충호 시대’인 것이다. 영충호의 국가미래적 대의를 견인할 수 있는가 여부는 충청권 4개 시·도의 몫이다. 스스로의 힘, 이 평범한 역학관계는 충청권의 전국 권역에 대한 현실 확인인 동시에, 영충호의 최초 주창자인 충북이 충청권내 3개 시·도에 대하여 가져야 하는 자기 확인이기도 하다. 충북입장에서 영충호의 최종 방점은 여기에 있는 지도 모른다. 영충호의 새벽에서 우리가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의미를 돌아다 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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