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내 나이가 어때서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4.01.2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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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요즘 연세 드신 분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이다. 특히 노래방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노래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물론 젊은이들에게는 전여 느낌이 오지 않겠지만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분들에겐 희망을 줄 수 있는 가사의 노래라서 나도 그 가사를 음미하여 자주 흥얼거리는 노래이다.

나는 이 가사에서 사랑의 의미를 남녀간의 사랑으로만 해석하지 않고 우리의 인생행로에서 겪는 모든 기쁨과 즐거움을 사랑이라 표현하고 싶다.

이성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자녀사랑, 친구사랑, 직장사랑, 이웃사랑, 일에 대한 사랑, 세상의 모든 사랑이 식어갈 나이에 사랑이 다시 살아난다면 진정 삶의 의욕이 생기고 죽음을 맞는 그날까지 행복할 것이다.

어느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에서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바라보며 서글퍼하고 덧없는 세월을 원망하기보다는 남은 생을 멋지게 살아보겠다는 새로운 의지가 생겼다면 얼마나 희망적인 이야기인가!

이제 우리나라도 사회복지제도가 좋아져 노인들을 위한 각종 시설이나 평생교육기관이 늘어나고 처우도 개선이 되어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고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노년기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노인들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줄 수는 없다.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의 경제가 수반되고 건강이 허락될 때 이런 삶을 영위할 수가 있다.

삶의 연장에 만족하지 않고 기쁨과 보람 있는 삶에 가치를 두었을 때 장수의 의미가 있을 뿐 그저 목숨의 연장이라면 무의미한 삶이 된다. 따라서 죽는 날까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자식을 위한 희생도, 직장에 충실한 것도, 남을 위한 봉사도 모두가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였지 누구를 위한 삶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노년이 되었으니 누군가에게 대접을 받으려는 생각보다는 내 삶을 헤쳐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갑오년은 내게 ‘경로’라는 이름을 붙여준 의미 있는 해이다. 기분 좋은 단어는 아니지만 피할 수 없으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

새해가 밝은지 어느새 일월의 중반에 들어서고 있다. 거창한 한 해의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퇴직 후 몇 년 동안 집 안에서 맴돌던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

이제 돌보던 손자 손녀도 아기 티를 벗고 그들 나름대로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나도 무언가를 통하여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시작해야겠다.

몇 년 동안 쉬었던 성당의 단체에도 다시 입단을 했고, 영어 공부와 서예 공부도 수강 신청을 하였다. 봉사하고 공부하며 삶의 보람을 느끼고 사랑을 하면서 세월의 흐름에 순응해야겠다.

며칠 전 한파가 몰아치는 날씨에도 용기를 내어 대관령의 선자령 등산을 다녀왔다. 수북이 쌓인 눈길을 헤치고 올라간 선자령의 정상엔 사람이 날아갈 정도의 칼바람이 불어 극심한 추위가 몰려왔지만 나는 잘 참아내며 4시간의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청마의 해 첫 등산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며 자신감을 얻었고 보람있는 삶을 살기 위해 나이 들었다고 주저앉아 보호를 받으려는 약한 생각을 버리고 내 인생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굳혔다.

힘들었던 선자령의 도전이 올 한 해를 멋지게 장식해주리라 믿으니 더 큰 용기가 생긴다.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가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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