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고 싶은 날
청춘이고 싶은 날
  • 변정순 <수필가>
  • 승인 2014.01.1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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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변정순 <수필가>

유티콘이 떠오르는 청말띠 갑오년 새해도 벌써 3주가 지나고 있다.

여간해 들지않던 감기로 며칠동안 기침하느라 몸의 기운이 많이 소진되었다. 연초부터 비실거리는 모습을 보일 수 없어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멀쩡한 척 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학교마다 위 클래스를 설치하면서부터 상담붐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학회나 별의별 협회 민간자격증이 생겨났다. 지금까지 하는 일과 연관하여 적잖은 연수비를 들여 자격증을 많이도 땄지만 또 다른 자격증을 따기 위하여 휴일에도 긴 시간의 연수에 매달리고 있다. 고가의 연수비에도 참여하지 않으면 나 혼자만 뒤떨어지는 것 같고 또 꿈을 향하여 몸을 혹사한다.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행동이 느리니 상담이론서적들을 줄줄이 외우는 젊은 선생들을 따라잡지 못하지만 경험과 가슴은 연륜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자부심에서다. 나이 먹은 것이 자랑도 못 되건만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은 오히려 열등감이 많아서 일게다.

내가 연수하는데 늘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 아니 그녀 덕분에 어려움 없이 모든 연수과정을 마친다. 그녀는 나와 같은 일을 하는 K중학교 상담선생이다. 나보다 열 살 아래인 그녀는 내가 학교일을 하면서 참 많이도 도움을 받고 의지하는 사람이다. 나이답지 않게 진중하고 말도 많이 하지 않지만 위트가 있다. 한참 동생인데도 언니처럼 나를 많이도 챙겨주는 사람, 자신감을 만들어 주는 사람, 용기를 주는 사람. 그를 만나면 즐거우니 나의 멘토며 진정한 전문 상담사다. 그녀가 상담하고 있는 학교 아이들도 행운이란 생각이 들고 나와의 만남도 행운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대화하다 보면 나의 머릿속 저장용량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비교적 책장도 넘기고 인터넷도 뒤져보고 새로운 지식과 문화를 접하려는 노력을 하는데도 늘 채워지지 않는 허전한 머릿속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오늘 아침 거울에 비쳐지는 세월의 흔적을 보면서 ‘좀 쉬어가면 어떠냐?’고 슬쩍 떠 보았다. ‘그게 좋겠다’고 한다. 문득 ‘청춘이란 마음의 젊음이다’라고 한 일본경영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마스시다 고로스께의 말이 생각났다.

모든 것 잊고 한 번쯤 쉬어가기로 했다. 동해바다로 가는 거다. 드넓은 바다의 푸른 파도 앞에 선다면 무언가 가슴이 후련해질 것 같았다.

그녀와 쿵 짝이 맞아 쉬엄쉬엄 두 시간 반만에 그녀와 나는 경포대 앞 겨울바닷가에 섰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했지만 “음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검푸른 바다내음을 한껏 맡으며 우리 두 사람은 연실 즐거워했다. 열정보다 열등의식으로 꽉 찼던 나의 머릿속이 시원해졌다. 전에 없던 빨간 우체통도 정감이 갔다. 우표가 찍혀있어 무료로 엽서를 써서 보낼 수가 있는데 1년 후에나 받는 추억의 느린 우체통이라나.

삶이 어디 즐겁고 좋은 일만 있으랴. 몸이 따라주지 않더라도 오늘만큼은 그녀와 함께 열정으로 가득한 청춘이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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