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힘과 풀림
맺힘과 풀림
  • 김정열 <충북도 식품의약품안전과·수필가>
  • 승인 2014.01.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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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정열 <충북도 식품의약품안전과·수필가>

갑오년 새해가 어느 해보다 맹렬한 해인가.

눈발이 날리면서 이내 기온도 급강하 한다. 눈꽃 핀 설경이 우리들 마음 안에 잠재해 있는 낭만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강추위가 몸을 떨게 한다. 마음도 몸도 얼어붙는다. 겨울한철 삼한사온이란 말이 무색하리만치 자연의 순환법칙마저 깨어졌는가 보다.

오늘 아침은 베란다 창문이 꽁꽁 얼어붙어 창문을 열기조차 힘에 부친다. 추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편은 눈을 뜨자마자 맨발로 베란다에서 서성거린다. 잠시후 베란다는 청솔가지 연기로 가득찬다. 굴뚝 형상이 이러한가.

남편은 아침부터 끽연을 즐기고 있다. 금연하라는 아내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베란다로 나간 것이다. ‘금연’을 입에 달고 살건만 끽연의 욕구를 참지 못하는 그가 어쩌면 불쌍하기조차 하다. 금연의 이유를 모를 리 없다. 입버릇처럼 금연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아직 진행 중이다.  

어찌 길들여진 습관을 하루아침에 내팽개칠 수 있으랴. 담배의 중독성이 만만치 않은 줄이야 알지만 그와의 싸움이 인생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하면 못할 일도 아니잖은가. 그럼에도 남편은 다시 내장이 녹아나도록 애물단지를 뽑아낸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예의와 도덕이 필요한 연유로 담배는 한때 그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낯선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맺기 위한 유일한 기호품인 담배가 각광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손님이 오면 담배를 접대했다.

하긴 살면서 때로는 아픔의 상처를 달래줄 담배도 있어야 하고, 허망과 한을 씻어줄 술도 필요할 일이다. 태어나서 늙고 병들면 죽는다는 인간의 한계점이 도달하기까지 그 과정 모두는 희로애락으로 점철되기 때문이다. 기쁠 때 한 잔 술에 취할 수 있듯, 화가 치밀어 오르고 답답할 때 담배 한 개비로 마음을 진정시킬 수도 있을 일이다.

정부가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을 법제화하고 과태료란 명목으로 규제하는 것은 그에 합당한 이유와 명분이 있다. 하지만 끽연의 자유도 만만찮다. “건강과 장수만이 인류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인가”라는 반문도 없지 않다.

문제는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건강은 물론이려니와 남의 건강과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위해서라도 금연하는 것이 선행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일이다.

“지금도 담배를 피우십니까…”라고 비흡연자들은 흡연자들을 미개인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많은 국민이 끽연의 욕구를 뿌리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금연구역이 늘어나면서 흡연자들의 담배 피울 공간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공중이용 시설물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고 앞으로는 150㎡ 이상의 음식점이나 커피숍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한다. 

갑자기 겨울비가 내린다.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날씨더니 하늘이 마음을 풀었는가. 고마운 겨울비가 내린다.

한겨울 언 가슴을 포근히 적셔주는 비는 아니지만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흡연자들의 마음이 빗물에 도로망 풀리듯 풀렸으면 싶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설계한 계획들이 잘 풀려나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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